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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1. 2. 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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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최용현(수필가)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의 기자이며 추리소설가인 가스통 르루가 파리 오페라극장의 지하 호수와 미로처럼 연결된 방들을 둘러보고 영감을 얻어서 쓴 소설로, ‘노틀담의 꼽추’나 ‘드라큘라’, ‘미녀와 야수’처럼 서양고전 공포소설의 전형인 아름다운 여인과 흉측한 외모를 지닌 남성의 사랑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영화와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으로 각색되었다. 1925년에 처음 영화화된 이래 여러 번 리메이크되었고, 1986년에는 영국의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 의해 뮤지컬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서 1억 4천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았다. 아울러 연극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을 비롯하여 로렌스 올리비에상 등 50여 개의 상을 받았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조엘 슈마허 감독의 흡혈귀영화 ‘로스트 보이’(1987년)를 보고 그의 음악적 센스를 확인하고 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어줄 것을 의뢰한다. 조엘 슈마허 감독은 파리의 옛 오페라극장의 웅장한 구조와 지하 은신처까지 완벽하게 재현한 세트에 아름답고 화려한 판타지를 가미한 영화 ‘오페라의 유령’(2004년)을 완성한다.

   1870년, 파리의 오페라극장에 라울 자작(패트릭 윌슨 扮)이 후원자로 온다. 오페라 ‘한니발’ 리허설 도중에 무대장치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단원들은 오페라의 유령의 짓이라고 수군거리고 오만한 프리마돈나 카를로타는 무대를 떠나버린다. 단장인 쥐리 부인이 추천한 크리스틴(에미 로섬 扮)이 대신 무대에 올라 ‘Think of Me’를 열창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낸다.

   방으로 돌아온 크리스틴은 어릴 때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면서 보내준 ‘음악의 천사’가 자신을 지도해준 덕분이라 생각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그때 갑자기 방안의 촛불이 모두 꺼지면서 거울 뒤에서 한쪽 얼굴에 흰 가면을 쓴 팬텀(제라드 버틀러 扮)이 나타나 음악을 가르쳐준 천사가 자신이었다고 말한다.

   팬텀은 크리스틴을 지하로 데려가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자신의 방으로 안내하고 사랑을 호소하지만, 크리스틴은 소꿉친구였던 라울 자작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여서…. 잠시 기절했다가 깨어난 크리스틴이 팬텀에게 다가가 가면을 벗기자, 그의 흉측하게 일그러진 한쪽 얼굴이 드러난다. 당황한 팬텀은 벌컥 화를 내지만 크리스틴을 다시 돌려보내준다. 팬텀은 천부적인 예술가였지만 흉측한 얼굴 때문에 지하에 숨어서 유령처럼 살아왔던 것이다.

   팬텀은 극장 간부들에게 편지를 보내 ‘일무토’ 공연 때 크리스틴에게 백작부인 역을 맡기지 않으면 재앙을 내리겠다고 경고한다. 극장주가 카를로타에게 백작부인 역을 맡기자, 분노한 팬텀은 음향장치를 조종하여 공연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무대기사를 밧줄에 목매달아 죽인다.

   새해가 밝아오자, 크리스틴과 라울은 약혼을 하고, 오페라극장에서는 화려하고 성대한 가면무도회가 열린다. 이때 팬텀이 나타나 자신이 작곡한 오페라 ‘돈 주앙의 승리’를 무대에 올리라고 하면서 크리스틴을 여자주인공으로 세우게 한다.

   극장주와 라울은 경찰을 배치한 상태에서 ‘돈 주앙의 승리’를 무대에 올린다. 팬텀은 돈 주앙 역 배우 대신 자신이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크리스틴이 공연 도중에 팬텀의 가면을 벗겨버리자, 관객들은 팬텀의 흉측한 얼굴을 보고 기겁하며 괴성을 지른다. 분노한 팬텀은 천장으로 연결되는 밧줄을 잘라서 거대한 샹들리에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극장을 온통 불바다로 만들고 크리스틴을 납치하여 지하로 사라진다.

   라울은 크리스틴을 구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지만 팬텀의 인질이 되고 만다. 크리스틴이 팬텀에게 다가가 진심어린 키스를 하자, 팬텀은 그때서야 라울을 풀어준다. 크리스틴은 자신의 손가락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내 팬텀의 손에 쥐여 주고 라울과 함께 그곳을 떠난다. 팬텀은 늘 함께 있었던 원숭이인형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방안의 거울들을 모두 박살내고 사라진다.

   영화의 첫 장면은 그로부터 50년쯤 지난 1919년의 흑백영상으로 시작된다. 파리 오페라극장의 옛 물품 경매장에 두 노인이 온다. 한 사람은 흉측한 얼굴의 어린 팬텀을 극장 지하로 숨겨준 쥐리 부인이었고, 또 한 사람은 팬텀과 대립하다가 크리스틴과 결혼한 라울 백작이었다. 둘이서 경합을 벌이던 원숭이인형은 쥐리 부인이 양보해서 라울 백작이 갖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라울 백작이 낙찰 받은 원숭이인형을 들고 와서 2년 전에 죽은 아내 크리스틴의 묘비 앞에 올려놓는 흑백영상이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장미 한 송이가 놓여있었는데, 그 장미에는 크리스틴이 팬텀에게 주고 간 다이아몬드 반지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주옥같은 음악들 사이에 극장 안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서스펜스 기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연극이나 오페라, 뮤지컬에서는 표현할 수 없었던 팬텀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늙은 라울 백작의 회상 장면 등을 적절히 가미하여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구현해냈다.

   제라드 버틀러는 7년간 변호사생활을 하다가 전직(轉職)한 배우로, 이 영화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열연하면서 일약 명배우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7세 때 어린이합창단에 들어가 세계적인 가수들과 공연해왔던 에미 로섬은 방년 18세에 여자주인공을 맡아 미국 평론가협회상과 비평가협회상, 여러 신인상을 받으며 떠오르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뮤지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2시간 20분 동안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팬텀이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빠바바바 빰↝ 빠바바바 빰↷’ 하는 강렬한 음률이 팬텀의 애절하고 안타까운 눈빛과 함께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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