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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0. 10. 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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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최용현(수필가)

 

   1947년, 촉망받던 은행간부 앤디(팀 로빈스 扮)는 아내와 그녀의 정부(情夫)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아 쇼생크교도소에 수감된다. 이곳은 교도소장과 간수장의 횡포가 심한데다 수감자들 사이에도 폭력행위가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앤디도 악질 재소자에게 강간(?)을 당한다.

   앤디는 언젠가 누명을 벗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묵묵히 견디어나가다가 교도소 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해주는 레드(모건 프리먼 扮)와 친해진다. 레드는 젊었을 때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들어와 20년차, 30년차 가석방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교도소 안에서만 30년을 넘게 지낸 왕고참이다. 앤디는 그에게 조그만 망치를 구입하고 또 인기 여배우 리타 헤이워드의 대형 브로마이드도 구입한다.

   어느 날, 앤디는 간수장의 유산(遺産)에 대한 세금문제를 해결해주면서 금융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교도소장의 절세를 도우며 부정축재자금까지 세탁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때 도서를 관리하던 브룩스가 가석방으로 출소했다가 바깥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하자, 교도소장은 앤디에게 도서 관리를 맡긴다. 앤디는 주정부에 6년간 계속 편지를 보내 교도소 안에 도서관 설치허가를 받아내어 수감자들이 독서를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앤디는 기증받은 책 속에 들어있던 LP판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저녁바람은 부드럽게(Che Soave Zeffiretto)’를 교도소 구내에 들려준다. 그 일로 수감자들은 모두 처음 들어보는 아름다운 음성과 음률에 감동하지만, 앤디는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독방에서 2주 동안 감금되는 처벌을 받는다.

   그 무렵, 절도죄로 들어온 젊은 죄수 토미는 자신의 검정고시 준비를 도와주던 앤디가 누명을 쓴 내용을 듣고, 전에 있던 교도소에서 은행간부의 아내와 정부를 살해한 진범을 만난 사실을 털어놓는다. 앤디는 교도소장에게 보고하고 자신의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지만, 교도소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앤디를 독방에 가둬버린다. 그리고 토미를 밤중에 불러내 간수장을 시켜 총살하고 탈옥하다가 사살된 것으로 처리한다.

   1966년, 앤디는 레드에게 나중에 출소하거든 텍사스 주의 벅스톤 어느 곳에 숨겨놓은 상자를 꼭 찾아보라고 말한다. 그날 밤, 앤디는 교도소장의 양복과 주요 서류를 비닐자루에 넣어 한쪽 발에 묶고 자신이 판 땅굴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된 긴 통로 속을 통과하여 마침내 쇼생크 밖 개울로 빠져나간다.

   다음 날 아침, 앤디가 점호 때 나오지 않자, 교도소장과 간수들은 앤디의 감방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육체파 여배우 라켈 웰치의 브로마이드에 가려진 땅굴입구를 발견한다. 앤디는 레드가 구입해주었던 조그만 망치로 벽을 뚫기 시작하여 19년 동안 매일 땅굴을 팠고 그 입구를 여배우의 대형 사진으로 가렸던 것이다.

   양복을 말쑥하게 입은 앤디는 은행 12곳에 들러 교도소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만든 가명계좌의 돈을 모두 인출한 후, 교도소장의 부정축재와 관련된 장부와 살인에 대한 자료를 언론사에 보내고, 차를 한 대 뽑아 운전하여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으로 잠적한다. 앤디가 제보한 내용은 방송과 신문에서 바로 보도가 된다. 경찰이 쇼생크교도소로 들이닥치자, 간수장은 체포되고 교도소장은 권총으로 자살한다.

   앤디가 떠난 후, 수감자들은 모였다 하면 앤디 이야기를 한다. 이 영화의 화자(話者)인 레드도 ‘앤디는 새장 안에 갇혀서 살 수 없는 새’라며 그를 그리워한다. 그러다가 40년 만에 가석방 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 출소한다. 레드도 자살한 브룩스처럼 바깥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지만, 앤디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벅스톤의 그 장소로 찾아간다. 그곳에는 앤디의 편지와 함께 약간의 돈이 있었다. 멕시코 행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은 레드가 태평양 연안에서 유유자적하며 살고 있는 앤디와 반갑게 재회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쇼생크 탈출’은 공포 및 범죄 스릴러의 대가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집 ‘사계’에 수록된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을 신예감독 프랭크 다라본트가 각색하여 1994년에 영화화하였다. 러닝 타임이 2시간 22분으로 긴 편이지만, 아카데미 작품상 등 7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는 탈옥을 다룬 고전명작 ‘빠삐용’(1973년)에 필적할만한 걸작이라는 평론가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또, 세계최대의 인터넷영화정보 사이트인 IMDb의 네티즌 평점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대부’(1972년)를 밀어내고 1위로 뽑혀 역대 최고영화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개봉당시 미국에서의 흥행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그런데 비디오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여 미국 비디오 대여목록에서 5년간 최상위에 이름이 올랐다.

   탈옥에 성공한 앤디는 비가 퍼붓는 개울 속에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지옥 같은 쇼생크교도소에서 19년 만에 탈출하여 얻은 자유의 환희를 만끽하는데, 이때 관객들도 탈출하면서 교도소장에게 복수까지 하는 앤디를 보면서 통쾌하면서도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유명한 세 배우가 주인공 앤디 역을 제안 받았다. ‘포레스트 검프’(1994년)에서 열연한 톰 행크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니 탁월한 선택을 했고,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년)를 선택한 톰 크루즈와 ‘워터월드’(1995년)를 선택한 케빈 코스트너는 결과적으로 악수(惡手)를 둔 셈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에 ‘앨런 그린을 추모하며’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그 때문에 영화의 내용이 실화라는 주장이 있었으나 사실이 아니다. 앨런 그린은 이 영화 완성 직전에 에이즈로 사망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매니저이자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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