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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9. 8. 2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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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최용현(수필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는 거장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한 SF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968년 미국에서 개봉하여 그해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두었고 아카데미에서 시각효과상을 수상하였다. 영화와 동시에 출간된 영국의 소설가 아서 C. 클라크의 동명소설도 큰 화제를 모았다.

   러닝 타임이 2시간 30분이어서 긴 편인데, 영화의 흐름이 굉장히 느리며 대사가 거의 없다. 2배속으로 봐도 괜찮을 정도이다. 첫 대사는 영화가 시작되고 25분이 지나서야 나오며, 후반부 20분 또한 대사가 없다. 이 영화는 사건이나 대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비주얼로 주제를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한다.

   이 영화는 인류가 고도의 지능을 가진 외계의 존재가 남겨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모노리스(Monolith, 검은 돌기둥)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달과 목성, 그리고 저 너머의 우주를 향하는 여정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모노리스는 인류를 능가하는 고도 문명에 대한 상징물일 뿐 특정 물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원작소설에는 피라미드로 기술되어 있다.

   원시인들은 맹수에게 잡아먹히며 공포 속에서 살아가다가 문명의 흔적인 모노리스를 만난 후 동물의 뼈다귀를 도구로 사용하게 된다. 한 무리가 물웅덩이를 두고 세력을 다투던 다른 무리의 우두머리를 뼈다귀몽둥이로 때려죽이고 그 뼈다귀를 하늘 높이 던져 올렸는데, 그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바뀐다.

   1999년, 우주정거장에서 입국심사를 받은 플로이드 박사(윌리암 실베스터 扮)는 특이한 자기장을 발산하는 물체를 조사하러 달에 착륙하는데, 달 표면 지하 12m 지점에서 400만 년 전에 묻힌 모노리스를 발굴한다. 그 돌기둥은 햇빛을 받자 강한 전파신호를 목성으로 보내고 있었다.

   2001년, 우주선 디스커버리호는 데이비드 선장(케어 둘리 扮)과 프랭크 박사(개리 록우드 扮), 과학자 3명, 그리고 인공지능 컴퓨터인 HAL9000을 태우고 목성으로 떠난다. 목성에 가까워질 무렵 HAL이 갑자기 우주선 외부 안테나의 유닛이 고장 났다고 알린다.

   프랭크 박사가 우주선 밖으로 나가 조사해보니 안테나의 유닛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데이비드 선장과 프랭크 박사는 HAL이 오작동을 일으켰다는 결론을 내리고 HAL의 기능을 정지시키기로 한다. 이들이 얘기하는 입모양을 읽은 HAL은 프랭크 박사가 밖으로 나간 사이 우주선에 연결된 생명줄을 끊어버린다.

   데이비드 선장은 소형 작업선을 타고 우주의 미아가 된 프랭크 박사를 따라잡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HAL은 데이비드 선장이 우주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면서 동면중인 과학자 3명의 생명유지 장치를 떼어버린다. 데이비드 선장은 가까스로 에어 록(air lock)을 열고 우주선 안으로 들어와 HAL의 메모리칩 디스크를 모두 제거한다. HAL은 작동을 멈추고, 그 순간 플로이드 박사가 출발할 때 녹음해놓은 비디오가 재생된다.

   디스커버리호의 임무는 목성 탐사가 아니라 목성에 있는 모노리스의 조사였다. 목성의 모노리스로 가보니 그것은 스타게이트(star gate)였다. 그곳을 통과한 데이비드 선장은 큰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데, 거기에는 식사를 마친 늙은 데이비드가 침대에 누워서 손으로 앞에 있는 모노리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숨을 거두면서 눈이 커다란 아기로 다시 태어나고, 지구의 형상이 함께 비춰지면서 영화가 끝난다.

   정리하면, 인류는 총 세 번 모노리스를 만나 큰 진화를 해왔다. 첫 번째는 원시인이 지구에서 모노리스를 만나서 도구를 알게 되어 우주로 나아가게 된다. 두 번째는 달에서 모노리스를 만나서 목성으로 가게 된다. 세 번째는 목성에서 모노리스를 만나서 우주 저 너머로 가게 되는데, 거기서 외계의 피가 섞인 스타차일드(star child)가 탄생하게 된다. 이 결말에 대한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 중에서, 처음 광대한 우주를 상징하는 암전 속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곡은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고, 달 착륙 장면에서 경쾌하게 흘러나오는 곡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이다.

   이 영화에는 명장면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원시인이 모노리스를 만난 후 하늘로 던진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바뀌는 장면전환(match cut) 화면이다. 이것은 수백만 년 동안 엄청난 성장을 이룬 인류문명과 진화를 함축하고 있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 컴퓨터 HAL9000이 배신하면서 인간과 맞서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새로운 개념의 악당 탄생을 예고하며 이후 수많은 SF영화에 차용되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영화 촬영이 끝나면 공들여 만든 세트나 소품을 전부 폐기해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B급 영화에 재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의 결벽증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디스커버리호 등 영화에 나왔던 우주 장비들은 그 흔한 프라모델 하나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제임스 카메론, 리들리 스콧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SF의 거장들은 하나같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고 큰 영감을 받았다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을 향해 존경심과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걸작 SF영화들을 우리에게 선사해주고 있다.

   이 영화가 남긴 최고의 화제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화면 조작설이다.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는데, 그 화면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것이고, 인간은 결코 달에 간 적이 없다는 것이 조작설의 내용이다. 그만큼 이 영화의 달 착륙 장면이 실감났다는 반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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