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수필가)
“모차르트! 모차르트! 용서해 주게. 자넬 죽인 건 바로 날세.”
1823년 눈보라치는 밤, 모차르트 교향곡의 장중한 음률이 들려오자, 한 노인이 절규하며 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한다. 시종들에게 발견되어 상처를 치료한 노인은 수용소에 수감되고, 그를 찾아온 신부에게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고백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그 노인의 이름은 살리에리(F. 머레이 아브라함 扮). 어릴 때부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음악가가 되고자 늘 주님에게 기도하며 열심히 음악공부를 했다. 그리고 음악의 도시 비엔나로 진출하였고, 마침내 음악가로서는 최고의 지위인 궁정 악장(樂長)이 되었다. 그는 황제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게 되었고, 황제 또한 그의 음악을 좋아했다.
어느 날, 살리에리는 음악천재라고 소문난 청년 모차르트(톰 헐스 扮)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공연장 옆방에서 모차르트가 그의 하숙집 주인 딸과 시시덕거리며 음탕한 놀음을 하는 것을 보고 실망한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어 그의 음악을 접해보고는 경탄을 금치 못한다. 살리에리는 극심한 열등감에 시달리게 되고,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심이 불꽃처럼 타오른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궁정 악장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네 살 때 협주곡을 작곡하더니, 일곱 살 때는 교향곡을 작곡했고, 열두 살 때부터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의 재능은 누가 봐도 하늘이 내린 것이었다.
살리에리는 가는 곳마다 모차르트를 칭송하는 이야기를 듣는데다, 모차르트가 한 번 곡을 쓰면 다시 수정하지 않을 정도로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자 절망감에 빠져 좌절하고 만다. 그는 주님 앞에서, 주님이 자신을 버리고 방탕하고 천박스러운 모차르트를 선택한 것에 대해 저주하면서 모차르트를 파멸시키기로 결심한다.
“주님, 저는 늘 주님을 찬미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 녀석(?)에겐 그런 재능을 주시고, 제게는 그런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만 주시나이까? 당신이 그렇게 저를 버렸으니 저도 이제 당신을 버리겠습니다.”
하숙집 주인의 딸 콘스탄체(엘리자베스 베리지 扮)와 결혼한 모차르트는 뚜렷한 직업이 없어 가난과 빚에 쪼들리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살리에리는 익명의 팬이 급료를 지불한다고 속이고 모차르트의 집에 가정부를 보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또 황제가 자신의 딸을 가르치는 음악교사로 모차르트를 위촉하려하자, 살리에리는 모차르트가 여학생을 성추행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모함하여 이를 무산시켜 버린다.
그 무렵 모차르트는 자신을 키워준 음악 스승인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큰 충격에 빠지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죄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썼던 검은 가면을 쓰고 유령처럼 분장한 채 모차르트를 찾아간다. 놀라서 얼이 빠진 모차르트에게 살리에리는 돈을 주며 진혼곡의 작곡을 부탁한다.
술과 약으로 근근이 버티면서 작곡에 몰두하는 모차르트, 진혼곡의 악상(樂想)이 그의 뇌리 속에 가득 차면서 죽음이라는 화두가 온몸을 옥죈다. 나날이 쇠약해져가던 모차르트는 어느 날 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한밤중에 집을 나간다. 그리고 술집에서 밤새도록 흥청거리다가 돌아와 보니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리고 없다.
모차르트를 찾아온 살리에리는, 침대에 누워있는, 병색이 완연한 모차르트의 모습을 보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진혼곡 쓰는 작업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모차르트가 안간힘을 다해 구술하는 음계를 오선지에 받아 적는다. 그러다가 모차르트는 기력을 소진한 채 쓰러지고, 돌아온 아내의 품에서 숨을 거두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아마데우스(Amadeus)’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미들네임으로, ‘신이 아주 사랑하는(Beloved of God)’이란 뜻이다. 19세기부터 떠돌기 시작한 모차르트 독살설을 다룬 피터 새퍼의 희곡을 영화화한 것으로, 천재의 그늘에서 열등감으로 고통 받던 궁정 악장 살리에리의 눈을 통하여 악성(樂聖) 모차르트의 죽기 전 10년간을 조명하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했고, 남우주연상은 살리에리 역을 맡아 심리적 갈등을 실감나게 잘 표현한 F. 머레이 아브라함이 받았다. 골든글러브 작품상도 수상했다. 모차르트 역을 맡은 톰 헐스는 특유의 경박스런 웃음으로 뚜렷하게 각인되었다. ‘아마데우스’ 하면 그 웃음소리가 떠오른다고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그 웃음소리는 모차르트의 웃는 모습을 표현한 여러 편지글들을 보고 창출해낸 것이라고 한다.
18세기 극장의 스펙터클한 무대와 화려한 의상들은 실제 그 오페라들이 초연(初演)되었을 때의 의상과 세트를 그린 스케치를 바탕으로 재현한 것이고, 당시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대부분 인공조명이 아닌 자연광으로 촬영했다. 특히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 중 하나인 ‘돈 조반니(Don Giovanni)’는 실제로 이 작품이 초연된 그 무대에서 촬영했다.
이 영화는 클래식과 오페라가 지루하다는 편견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급속도로 전 세계에 파급시켰다. 영화의 OST도 엄청나게 팔렸다. 모차르트는 35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600여 편의 걸작을 남겼다. 그의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 ‘진혼곡(requiem)’ 등 이름만 들어왔던 주옥같은 작품들과 그 탄생비화를 접하게 된 것은 참으로 뿌듯한 감동이었다.
가십 하나. 이 영화에서 살리에리가 파견한 스파이(?) 가정부로 나오는 ‘신시아 닉슨’은 미국의 인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당찬 변호사 ‘미란다’ 역으로 나왔던 바로 그 배우이다. 남편과 이혼한 후, 8년간 사귄 동성친구와 최근에 합법적인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모차르트가 아니고 살리에리이다. 누구나 모차르트가 되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모차르트보다는 살리에리에 가까운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이 불후의 명화는 무척 감명 깊고 인상적이지만, 뒷맛은 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