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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들 ‘삼국지의 불가사의’

삼국지 인물열전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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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들 삼국지의 불가사의

 

최용현(수필가)

 

   소설 삼국지에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좌자의 환술(幻術)이나 관로의 점술(占術), 우길의 선술(仙術)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 제갈량이 기도로 동남풍을 불게 하거나, 축지법을 써서 위군을 따돌리는 장면 등은 경외감을 자아내게 한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얘기들 중에서 필자가 정한 7대 불가사의는 다음과 같다.

   ⅰ) 유비의 적로마(馰盧馬)가 폭이 3장인 단계(檀溪)를 훌쩍 뛰어넘어 유비를 구하는 얘기

   ⅱ) 관우가 바둑을 두면서 독화살에 맞은 팔꿈치를 째서 뼈를 긁어내고 실로 꿰매 치료한 얘기

   ⅲ) 제갈량이 2천명만 있는 서성에서 거문고 하나로 사마의의 15만 대군을 물리치는 얘기

   ⅳ) 유비가 하룻밤 묵어갈 때 집주인이 자신의 아내를 죽여서 그 고기로 성찬을 차린 얘기

   ⅴ) 오의 감로사에서 유비와 손권이 칼로 내려친 바위가 둘로 쪼개졌다는 시검석 얘기

   ⅵ) 이릉대전에서 패한 유비를 추격하는 육손을 막아낸, 예전에 제갈량이 쌓은 석진 얘기

   ⅶ) 제갈량이 목숨을 12년 더 연장하기 위해 북두칠성에 기도하는 기양법(祈禳法) 얘기

   이 중에서 1)~3)은 해당 인물 편에서 다루었다. 4)~7)은 다소 과장되었거나 약간 황당한 내용이 들어있지만, 가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7)을 뺀 나머지 4) 5) 6)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유비와 관련된 아주 엽기적인 이야기이다.

   서주에서 여포에게 쫓기던 유비는 가솔들마저 소패성에 버려두고 측근과 함께 허도로 향했다. 날이 저물자, 어느 집에 들어가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유안이라는 집주인은 찾아온 길손이 흠모하는 유비였으나 대접할 음식이 없었다. 그는 아내를 죽여 그 고기를 유비에게 올렸다. 성찬에 놀라는 유비에게는 이리고기라고 속였다.

   다음날 아침, 유비는 부엌에서 팔뚝과 허벅지 살이 도려내어진 한 여자의 시체를 보게 된다. 유비가 다그치자 유안은 눈물을 흘리며 ‘실은 유예주님께 올릴 만한 음식이 없어서 제 아내를 죽여서 그 고기를 올린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유비는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며 길을 떠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그대로 믿어야 할까? 아니면 아내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는데 귀한 손님이 오자 그 핑계로 아내를 살해한 것일까?

   두 번째는 유비와 손권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형주를 차지한 유비의 감부인이 죽자, 오의 대도독 주유는 손권의 여동생과의 혼인을 미끼로 유비를 강동으로 유인하여 형주를 돌려달라고 해보고, 말을 듣지 않으면 유비를 죽이기로 계책을 꾸민다. 제갈량의 비책(秘策) 덕분에 첫 위기에서 벗어난 유비는, 감로사에서 장모가 될 국태부인의 면접(?)을 받기로 했다.

   국태부인의 도움으로 주유가 배치한 도부수(刀斧手)들을 물리친 유비는 옷 안에 껴입은 갑옷이 불편해서 옷을 갈아입으러 밖으로 나왔다. 감로사 뜰에 있는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유비는 옆 사람의 칼을 빌려서 ‘만약 내가 무사히 형주로 돌아가서 왕업(王業)을 이룩할 수 있다면 이 바위가 둘로 갈라지리라!’하고 생각하며 칼로 바위를 내려쳤다.

   바위가 불꽃을 튀기며 둘로 쪼개졌다. 마침 뒤따라 나온 손권이 이 광경을 보고 ‘공께서는 이 바위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으십니까?’ 하고 묻자, ‘아니오. 제가 조조를 깨뜨리고 한(漢)을 일으킬 수 있다면 이 바위가 둘로 갈라져라! 하고 생각하면서 칼을 내려쳤는데 과연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고 둘러댔다.

   그러자 손권도 칼을 빼들며 ‘그렇다면 저 또한 하늘의 뜻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만약 조조를 깨뜨리게 된다면 내 칼에도 바위가 갈라질 것입니다.’ 하며 칼로 바위를 내려쳤는데, 바위가 다시 둘로 갈라졌다.

   최근, 시검석(試劍石)이라 불리는 감로사의 둘로 쪼개진 바위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유비가 쪼갠 바위란다. 정말 유비가 쪼갠 바위인지, 쪼개진 바위를 어디서 가져와서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그때 손권도 바위를 쪼갰으니, 그 바위가 세 조각이나 네 조각으로 쪼개져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손권이 쪼갠 바위는 따로 있는 것인지….

   세 번째는 제갈량이 쌓았다는 돌무더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를 정벌하러 떠난 유비는 이릉에서 육손에게 참패하여 백제성으로 쫓겨 왔다. 육손이 패퇴하는 촉군을 쫓아 어복포까지 왔을 때, 강한 살기(殺氣)가 느껴져서 추격을 멈추고 매복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주위에 돌무더기 80~90개가 널려있는데, 사면팔방으로 문이 있는 석진(石陣)이었다. 거기서 구름이 피어나듯 살기가 뻗쳐오르고 있었다.

   육손이 군사를 이끌고 그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갑자기 미친 듯이 바람이 일고 천지가 캄캄해지면서 돌 더미들이 북과 징을 울리거나 서로 창칼을 부딪는 듯 기괴한 소리를 냈다. 그때서야 육손은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을 알고 급히 나가려고 했으나 어느 쪽으로 가도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올 뿐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그때 한 노인이 나타나 자신이 제갈량의 장인이라고 하면서, 예전에 사위가 서천으로 들어갈 때 ‘이 돌무더기는 여덟 개의 문이 서로 조화를 일으키는 팔진도(八陣圖) 석진으로, 능히 10만 정병(精兵)의 역할을 합니다. 후일 오의 대장이 이곳에서 길을 잃을 텐데 구해주시면 안 됩니다.’ 하고 당부를 했소.

   그 노인은 육손을 밖으로 인도해주면서 ‘사문(死門)으로 들어간 장군이 길을 잃고 죽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생문(生門)으로 인도하는 것이오.’ 하고 말했다. 육손은 노인에게 감사를 표하고 오로 돌아갔다고 한다. 10만 정병에 필적한다는 팔진도 석진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생각하건대, 이 이야기들은 모두 연의의 저자가 꾸며낸 것이 아닐까 싶다. 첫 번째는 유비가 민중들의 절대적인 흠모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두 번째는 유비와 손권은 하늘이 내린 영웅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세 번째는 제갈량의 신기백출(神技百出)하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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