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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최고의 분수령 ‘적벽대전’

삼국지 인물열전

by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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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최고의 분수령 적벽대전

 

최용현(수필가)

 

   원소를 물리치고 강북을 제패한 조조는 그 여세를 몰아 대군을 이끌고 형주로 향했다. 새로 형주의 주인이 된 유표의 둘째아들 유종은 조조의 군세에 놀라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했다. 이에 유비는 근거지였던 신야성마저 포기하고 형주 주민들과 함께 퇴각을 거듭하고 있었다.

   새로 평정한 형주의 군사까지 합쳐서 100만 대군을 이끌고 장강까지 남하한 조조는 이제 강동의 손권마저 평정하여 천하 제패의 대업을 완수하느냐, 아니면 손권과 천하를 나누어 가지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었다. 조조는 손권에게 ‘항복과 결전’ 중에서 택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유비는 제갈량을 손권에게 보내 함께 연합하여 조조군을 물리치자고 제안했다. 강동의 중신들은 화전(和戰) 양론으로 맞서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손권은 전방에 나가있는 명장 주유를 불러 의견을 물었다. 형 손책이 죽을 때 유언하기를, ‘외환(外患)이 있을 때는 주유에게 의견을 물어라.’고 했던 것이다. 주유의 확고한 결전의지를 확인한 손권은 중신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보검으로 탁자를 내려쳐 쪼개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결전이다! 이제부터 나에게 항복을 권하는 자는 누구든지 이렇게 되리라!”

   손권은 주유에게 대도독의 인수를 주며 군을 총괄하게 했다. 드디어 삼국지 최고의 분수령인 적벽대전의 막이 오른 것이다.

   조조는 형주 출신의 채모와 장윤을 수군책임자로 임명하고, 주유의 옛 친구인 장간을 보내 항복을 권유했다. 주유는 채모와 장윤이 연합군의 첩자이며 조조의 목을 노리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 장간으로부터 이 보고를 받은 조조가 채모와 장윤의 목을 베자, 주유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재사 방통을 보내 조조군의 배들을 쇠사슬로 서로 연결하게 하여 북방 출신이 많은 조조군의 배멀미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원로장수 황개가 주유를 찾아와 ‘나라를 위해 내 늙은 몸을 바치겠다.’고 하자, 주유는 다음날 군령이 부당하다며 정면으로 맞서는 황개를 초주검이 되도록 태장(笞杖)을 치게 한다. 그러자 황개는 항서(降書)를 조조에게 보내고, 의심 많은 조조는 첩자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황개의 투항을 믿게 된다. 그 사이, 제갈량은 20척의 배에 허수아비와 짚동을 가득 싣고 안개가 자욱한 조조의 선단에 접근하여 10만개의 화살을 받아온다.

   적벽에 진을 친 주유는 화공(火攻)으로 조조의 선단을 불태울 계획인데 문제는 바람이었다. 동남풍이 불어야 북쪽에 진을 치고 있는 조조의 선단에 화공을 가할 수 있는데, 겨울철이라 계속 북서풍만 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갈량이 제단을 차리고 지성으로 기도를 드리자, 며칠 후 드디어 동남풍이 불기 시작한다.

   황개는 배 20척에다 불에 타기 쉬운 건초, 유지(油脂) 등을 싣고 조조의 진채를 향해 출발한다. 조조가 ‘드디어 황개의 항선(降船)이 오는구나.’ 하며 기다리는 사이, 20척의 배는 모두 건초와 유지에 불을 붙이고 일제히 조조의 선단(船團)으로 돌진한다.

   세찬 동남풍으로 인해 불길은 거침없이 조조의 선단으로 옮겨 붙었고, 서로 연결된 조조의 선단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이때 주유의 수군이 돌진하여 우왕좌왕하는 조조군을 수장(水葬)시켰고, 육지에서는 유비군의 관우와 장비, 조운이 병사들과 함께 조조군의 후방을 기습하여 허둥대는 조조군을 도륙(屠戮)함으로써 조조에게 처참한 패배를 안겼다.

   조조의 100만 대군은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에게 여지없이 참패했고, 조조는 패잔병을 이끌고 북으로 도주했다. 제갈량은 조조가 가는 길목마다 복병을 배치하여 끝까지 조조를 괴롭혔다. 패주하던 조조는 피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아, 봉효가 있었더라면 내가 이토록 처참하게 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봉효란 얼마 전에 병사(病死)한 조조 진영의 일급모사인 곽가를 이르는 것이다. 이 적벽대전은 욱일승천(旭日昇天)하던 조조에게 쓰디쓴 좌절을 맛보게 한 삼국지의 분수령이 된 전투이다. 여포 원술 원소 등을 모두 평정하여 이제 손권과 유비만 제거하면 바야흐로 중원을 통일하게 되는 조조가 이 패배로 그 꿈이 무참히 깨진 것이다.

   당시 연합군에는 제갈량 주유 노숙 방통 등 당대의 일급모사들이 총동원되어 지모를 펼쳤으나, 조조 진영의 모사는 정욱과 순유뿐이었다. 그 때문에 월등한 병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모의 싸움에서 이긴 연합군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적벽대전에서 나온 계책은 마치 지략의 종합세트 같다. 황개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아 상대가 믿도록 한 것은 고육계(苦肉計)이고, 거짓항복을 한 것은 사항계(詐降計)이다. 또 적진에서 보낸 첩자를 역이용하여 수군도독을 처형하게 한 것은 반간계(反間計)이고, 배들을 서로 묶도록 한 것은 연환계(連環計)이다. 불로 공격한 것은 화공계(火攻計)이다.

   여기서, 적벽대전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자.

   첫째, 양측의 군세이다. 조조의 100만 대군은 과장된 것이고, 그것도 원소와 유표의 항병(降兵)까지 포함한 숫자이다. 실제로는 20만~25만 명 정도이고, 연합군은 손권군과 유비군을 합쳐서 5만 명 정도였다.

   둘째, 여러 계책들 중에서 황개의 고육계와 사항계, 그리고 화공계는 정사에도 나와 있지만, 주유의 반간계는 정사에는 없다. 또 조조가 배끼리 쇠사슬로 묶게 한 것은 배 멀미를 줄이기 위해 조조군 자체에서 짜낸 아이디어이다.

   셋째, 동남풍 문제이다. 제갈량이 제단을 차려놓고 동남풍을 빈 것은 쇼일 뿐이다. 천문(天文)을 터득한 제갈량은 그 지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언제쯤 동남풍이 부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적벽대전 승리의 으뜸가는 공은 대도독 주유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지만, 그 결실은 유비가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벽대전의 패배로 조조가 주춤하는 사이, 유비는 형주를 차지한 데 이어 서촉을 얻게 되어 바야흐로 천하삼분(天下三分)의 기틀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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