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현(수필가)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2001년)’는 실비아 네이사의 동명의 전기소설을 바탕으로, 게임이론을 수학적으로 정리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삶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다룬 론 하워드 감독의 드라마 영화이다.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에서도 8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 각색상을 받았다. 제작비 5,800만 달러를 투입하여 전 세계에서 3억 1,35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흥행에도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객 약 117만 명을 기록하였다.
존 내쉬는 20살 때 쓴 박사학위논문으로 150년 동안 지속된 경제학 이론을 뒤집고 신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제2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린 천재이다. 평전에 가까운 원작을 아키바 골드먼이 반전 요소를 가미한 미스터리물로 각색하여 여러 영화제에서 각색상을 받았다.
1947년,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프린스턴대학교에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의 존 내쉬(러셀 크로우 扮)가 시험을 보지 않고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내성적이라서 무뚝뚝해 보이고, 오만하다 할 정도로 자기 확신에 찬 수학과 새내기이다. 그는 기숙사 유리창을 노트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론을 펼치는 일에 몰두한다.
어느 날, 존은 룸메이트인 찰스(폴 베타니 扮)와 함께 간 술집에서 친구들이 금발 미녀를 둘러싸고 벌이는 논쟁을 지켜보다가, 한 친구가 애덤 스미스의 경제이론을 언급하는 순간 섬광 같은 직관으로 ‘균형이론’의 단서를 찾아낸다. 그리고 20살 청년이 발표한 27쪽짜리 박사 학위 논문이 수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23살에 MIT 교수로 임용된 존은 미국 정부 비밀 요원 파처(에드 해리스 扮)를 만나 윌러 국방연구소의 소련 암호해독프로젝트에 투입된다. 그는 국가기밀을 다루는 비밀 건물에 들어가 소련의 핵무기와 관련된 첩보를 분석하고, 신문과 잡지 등의 대중매체를 뒤져서 그 안에 숨은 소련의 비밀 암호를 해독하는 작업을 한다.
그즈음, 자신의 수업을 듣는 물리학도 엘리샤(제니퍼 코넬리 扮)가 연구소로 찾아오자, 함께 데이트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대시하여 결혼에 골인한다. 엘리샤와의 결혼 후에도 존은 비밀 프로젝트를 아내 모르게 수행하는데, 한번은 파처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자신들을 뒤따라오면서 총을 쏘는 소련의 스파이 차를 구사일생으로 따돌리기도 한다.
존은 대학원 시절부터 흔히 정신 분열증이라 부르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는데,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정신과 전문의 로젠 박사(크리스토퍼 플러머 扮)의 진찰을 받게 된다. 존은 그를 소련의 첩자라며 뺨을 때리고 도망치다가 잡혀서 주사를 맞고 안정을 찾는다. 그런데, 파처의 존재는 물론, 파처가 말한 국가기밀이니 소련의 핵무기니 하는 것은 모두 존의 망상이었다. 룸메이트 찰스 또한 허상이었다. 존의 기숙사 방은 1인실이기 때문이다.
1년 후, 아기가 태어난다. 존은 정신병원에서 10주간의 집중 치료를 받고 나오는데, 저하된 존의 성 기능 때문인지 아내가 화장실에서 거울을 깨부수고 절규한다. 그 후, 아내가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직장 근무 시간을 늘리며 자신에게 신경을 덜 쓰자, 존은 약을 끊어버린다. 그 결과 다시 숫자와 암호들이 눈에 들어오고, 파처의 환상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존은 엘리샤 대신 아기를 목욕시킨다. 엘리샤는 빨래를 걷다가 환자가 아기를 맡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안으로 뛰어 들어오는데, 익사 직전의 아기를 간발의 차로 구할 수 있었다. 존이 장년기에 접어들면서 조현병 증상은 다소 호전된다.
세월이 흐르고, 다시 프린스턴대학교에 복직하여 강단에 선 존은 이제 환상과 현실을 어느 정도 구분하고 정신 분열 증상을 극복하려고 스스로 노력한다. 그런데,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었던 ‘내쉬 균형이론’이 새롭게 학계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는 다른 교수들의 존경심 표식인 ‘만년필 의식’을 받게 된다.
1994년 12월, 노벨 경제학상 수상 연설에서 그는 객석에 앉아있는 엘리샤를 바라보며 ‘… 저는 소중한 것을 발견했어요. 그건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발견입니다. 어떤 논리나 이성으로도 풀 수 없는 사랑의 신비한 방정식 말입니다. 저는 당신 덕분에 이 자리에 섰어요.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내 모든 이유는 바로 당신이오.’ 하고 말하여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는다.
‘존은 수학과에 출강 중이며, 매일 엘리샤와 함께 교정을 걷는다.’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는 23살의 나이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로 임용된 존 내쉬가 천재성으로 인한 광기의 벽을 허물고 다시 세상과 만나게 되는 과정과 그를 위해 희생한 아내 엘리샤의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이다. 천재에게는 범인(凡人)이 갖지 못한 엄청난 지적(知的) 능력과 함께 헛것에 매몰되는 시련도 함께 주어지는 것 같다.
존 내쉬는 천재이기에 겪어야 했던 50년 동안의 조현병을 이겨내고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등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가 앓았던 조현병은 인구의 약 1%가 앓는 질병으로, 증상이 심할 경우 영화에서처럼 환상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지만, 꾸준한 약물 치료를 통해 거의 완치될 수 있다고 한다.
제니퍼 코넬리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인 아메리카’(1984년)에서 로버트 드 니로의 첫사랑 데보라로 나오는 그 꼬마 여배우이다.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고, 함께 출연한 찰스 역의 폴 베타니와 결혼하였으니 이 영화가 그녀의 인생 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