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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4. 2. 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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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최용현(수필가)

 

   ‘올빼미’는 조선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의 죽음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에 픽션을 가미하여 2022년에 만든 미스터리 스릴러영화이다. 이 영화는 ‘왕의 남자’(2005년)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안태진의 감독 데뷔작으로, 많은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과 남우주연상(류준열)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상을 휩쓸며 총 25개의 상을 받았다. 러닝 타임 118분.

   뛰어난 침술을 가졌으나 앞을 보지 못하는 봉사 천경수(류준열 扮)는 왕실 어의(御醫) 이형익(최무성 扮)의 눈에 띄어 궁에 들어간다. 사실 천봉사는 밝은 곳에서는 볼 수 없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볼 수 있는 주맹증(晝盲症) 환자이다. 그런 그가 주인공이라서 영화제목이 ‘올빼미’이다.

   병자호란 때 청에 볼모로 잡혀 간 소현세자와 강빈이 8년 만에 귀국한다. 세자 일행이 백성들의 환호를 받으며 청나라 사신단과 함께 궁궐에 당도하자, 인조(유해진 扮)는 영의정 최대감을 비롯한 중신들의 성화에 마지못해 나가서 세자 일행을 맞이한다.

   청나라 사신이 인조를 무릎 꿇리고 청 황제의 칙서를 읽는다. ‘네가 8년 전에 남한산성에서 했던 행실을 생각하면 너를 폐위시키고 너의 아들을 왕으로 올리고 싶지만….’ 며칠 후, 세자는 인조와의 독대에서 ‘청을 본받아 우리도 청나라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하는데, 인조는 역정을 내며 이미 망한 명을 섬겨야한다고 말한다.

   어느 날 밤, 당직근무 중에 세자의 호출을 받은 천봉사는 뛰어난 침술로 세자의 지병인 기침증상을 완화시켜준다. 천봉사가 어두운 곳에서는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세자가 눈치 채자, 천봉사는 자신의 주맹증에 대해서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세자는 청나라에서 가져온 확대경(돋보기)을 선물로 주면서 친근감을 표시한다.

   며칠 후 세자의 상태가 다시 악화되자, 이번에는 어의와 천봉사가 함께 세자를 찾아간다. 어의가 침술을 하는 동안, 갑자기 촛불이 꺼지면서 천봉사는 세자의 눈과 코, 귀, 입에서 피가 쏟아지는 것을 보게 되지만 못 본 체 한다. 어의가 독침으로 세자를 살해한 것이다. 천봉사는 자신이 목격한 대로 ‘어의 이형익이 독침으로 세자를 죽였다.’고 쓴 투서와 어의가 실수로 놓고 간 독침 한 개를 강빈에게 넘겨준다.

   인조가 구안와사(口眼喎斜) 증세를 보이자, 소용 조씨와 어의는 천봉사에게 침을 놓게 한다. 이때 강빈이 찾아와 투서를 보여주며 ‘전하, 이형익 저놈이 세자를 독침으로 살해했습니다. 이것이 저놈이 미처 회수하지 못한 독침입니다.’하고 말한다. 그러자 인조는 어의를 보며 ‘칠칠치 못한 놈’이라면서 강빈에게 투서를 써준 목격자가 누군지 묻는다.

   그때 천봉사와 강빈은 인조와 소용 조씨가 어의를 시켜 세자를 독살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강빈에게 목격자가 누군지 물은 것은 그자를 찾아서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인조는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강빈에게 시아버지이며 왕인 자신의 음식에 독을 탔다고 누명을 씌워 옥에 가둔다.

   한편, 어의는 인조에게서 받았던 암살지시 밀서를 태우지 않고 숨긴다. 전에 소용 조씨가 어의에게 비단을 하사하는 장면을 떠올린 천봉사는 그 속에 밀서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어의의 방을 뒤져 밀서를 찾아낸다. 천봉사는 밀서를 들고 최대감에게 가고, 그 글씨를 본 소현세자의 10살 난 아들인 원손이 인조의 왼손 필체라고 하자, 최대감은 인조가 사람들 앞에서 왼손으로 쓴 문서가 있어야 증좌가 된다고 말한다.

   천봉사는 인조의 침소로 찾아가 지금 침을 맞지 않으면 전신마비가 올 것이라고 말하고 오른쪽 어깨에 침을 놓는다. 그때 최대감의 지시로 들어온 도승지가 제문을 써달라고 요청하자, 오른손이 마비된 인조는 왼손으로 제문을 쓴다. 천봉사가 다시 침으로 인조의 모든 신경을 마비시킨 후 제문에 직접 옥새를 찍어 최대감에게 전달한다. 밀서와 제문의 필체가 똑같았다.

   어의가 원손을 침술로 죽이려 하자, 천봉사가 독침으로 어의를 제압하고 원손을 업고 인정전으로 간다. 그곳에 있던 인조는 ‘누가 너를 꼬드겼느냐’며 천봉사를 다그친다. 그때 최대감이 유생과 병사 5백 명을 이끌고 와서 밀서와 제문을 내보이며 ‘내가 당신을 용상에서 끌어내릴 수도 있다.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를 누가 왕으로 모시겠느냐?’며 겁박한다.

   최대감이 소용 조씨의 아들이 아닌 다른 대군들 중에서 세자를 선택하는 대신, 소현세자는 학질로 죽은 것으로 타협하고 인조가 발표한다. 그러자 천봉사는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세자는 주상이 어의 이형익을 시켜서 독살했습니다. 제가 봤습니다. 주상은 원손마저 죽이려고 합니다.’ 하고 말한다. 천봉사는 체포되어 참수될 처지에 놓이고, 강빈은 사약을 받는다.

   4년 후, 천봉사는 맹인 침술사로 장안에서 명성을 떨치는데, 인조는 아무도 없는 대전에서 헛소리를 하며 정신병자가 되어 있다. 결국 인조는 용한 침술사로 초빙한 천봉사의 침을 맞고 숨을 거둔다. ‘사인(死因)이 뭐냐?’고 내관이 묻자, 천봉사가 학질이라고 답하며 궁을 나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올빼미’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에 빠른 전개와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하여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각 인물들의 뚜렷한 개성과 배우들의 열연이 뒷받침되어 영화적 재미를 두루 갖추고 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인조를 너무 못난 왕으로 그린 것, 주맹증을 앓는 천봉사가 후반에 너무 거침없이 궁을 활보하고 다니는 것 정도이다.

   만일, 그때 소현세자가 죽지 않고 나중에 왕이 되었더라면, 조선은 청나라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여서 17세기에 실학의 꽃을 피워 부강한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19세기 메이지유신으로 부강해진 일본이 구한말에 감히 조선을 넘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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