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수필가)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년)’는 ‘죽은 시인의 사회’(1990년)을 연출한 호주 출신의 피터 위어 감독의 작품으로, 제작비 4,000만 달러를 들여 그 6배가 넘는 2억 6,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SF 코미디드라마 영화이다. 주인공인 코미디배우 짐 캐리는 이 영화에서 연기변신에 성공하여 1999년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거대한 돔 안에 현실처럼 꾸며진 스튜디오 안에서 살고 있는 한 남자의 인생사를 본인이 모르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TV 연속극으로 방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을 조금씩 인지해가는 주인공 트루먼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을 통해 참다운 인생의 의미를 묻고 있다.
씨헤이븐이라는 작은 섬에 사는 트루먼은 태어날 때부터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트루먼 쇼’라는 TV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 되어 구석구석 숨겨진 5천대의 카메라에 촬영되어 방영되고 있는데, 시청자는 세계 220개국 17억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트루먼의 삶에 등장하는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들은 모두 연출자인 크리스토프 PD(에드 해리스 扮)의 지휘 아래 저마다 맡은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크리스토프 PD는 트루먼을 아예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트루먼이 8살이 되었을 때 아빠와 함께 바다에 낚시여행을 가게 하는데, 이때 폭풍우를 일으켜 아빠를 물에 빠져 죽게 한다. 어린 트루먼에게 물 공포증을 심어준 것이다. 아울러 여행보다는 집 안에 머무는 것이 안전하다고 계속 방송을 하여 세뇌까지 시킨다.
청년이 된 트루먼(짐 캐리 扮)은 크리스토프 PD의 치밀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특히 아내로 맺어주려 했던 메릴(로라 리니 扮)이 아닌 실비아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자 실비아는 바로 세트에서 제거되는데, 결국 트루먼은 메릴과 결혼을 하지만 피지로 간다고 한 실비아를 몹시 그리워한다.
보험회사원으로 근무하는 트루먼이 30세가 되던 무렵, 하늘에서 조명기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또, 길을 걷다가 마주친 노숙자가 22년 전에 죽은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와서 아버지를 강제로 버스에 태워서 가버린다. 또, 처음 만난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데다, 차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다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라디오에 생중계되는 기이한 현상도 겪게 된다. 트루먼은 세상이 자신에게 맞춰져 돌아가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의 일상생활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트루먼은 그곳을 떠나려고 시도해보지만 매번 급조된 긴급 상황이 생겨서 좌절된다. 그리고 아내 메릴의 행동도 의심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를 눈치 챈 메릴은 계속 남편을 속여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가 급증하는데,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파탄에 이르고 만다. 결국 메릴도 ‘트루먼 쇼’에서 빠지게 된다. 트루먼은 친구인 말론과 상의를 해보지만, 트루먼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말론 또한 크리스토프 PD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연기자일 뿐이다. 트루먼은 지하실에 혼자 틀어박혀 고민을 한다.
어느 날 밤, 트루먼은 이불 속에서 잠자는 것처럼 꾸며놓고 비밀통로를 통해 지하실에서 빠져나온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크리스토프 PD는 처음으로 ‘트루먼 쇼’를 일시 중단한다. 그러자 갑자기 시청률이 급등하면서 첫사랑 실비아를 포함한 많은 시청자들이 트루먼의 탈출 시도를 응원한다. 크리스토프 PD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온 마을을 샅샅이 뒤져서 트루먼을 찾으라고 지시하고, 심지어 어두운 새벽에 해를 띄우기까지 한다.
결국, 보트를 타고 바다 멀리 떠나고 있는 트루먼을 발견하는데, 그의 호주머니에는 실비아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크리스토프 PD는 트루먼이 탄 보트를 다시 돌아오게 하려고 기후 프로그램을 조정하여 폭풍우를 일으킨다. 번개도 치게 한다. 폭풍우에 휩쓸린 트루먼이 바다에 추락하여 익사할 위기에 처하자 그때서야 크리스토프 PD는 폭풍우를 중단시킨다.
마침내 트루먼이 탄 보트가 돔의 가장자리에 도달하자, 트루먼은 돔 벽에 그려진 하늘을 보게 된다. 트루먼은 자신의 삶이 거대한 세트장에서의 실시간 리얼리티 쇼였고, 그의 주위에 있던 모든 상황이 설정이었음을 알게 되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벽을 치며 울부짖는다. 그러다가 발견한 계단을 타고 올라가다가 ‘EXIT’라고 적힌 출구를 발견한다. 크리스토프 PD는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이크를 통해 트루먼에게 세트장에 계속 머물러 있도록 설득한다. 그리고는 생방송 중이니 답변을 하라고 말한다.
트루먼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크리스토프 PD의 제안을 받아들여 돔 안에 구축된 자신만의 세계에서 계속 살아가게 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돔 안의 세트장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나갈 것인가? 트루먼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연다.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인사할게요. 굿 애프터 눈! 굿 이브닝! 굿 나이트!”
그는 시청자들에게 고개 숙여 큰절을 하고 출구로 나간다. 이제 자유의지에 의한 진짜 트루먼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방송국의 경영진들은 지난 30년간 계속되었던 ‘트루먼 쇼’가 완전히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충격을 받아 멍하게 있는 크리스토프 PD를 제쳐두고 방송중단을 지시한다. 시청자들은 잠시 혼란스러워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린다. 세상에는 ‘트루먼 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루먼은 첫사랑 실비아를 찾아 피지 섬으로 떠난다. TV를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실비아도 트루먼을 만나기 위해 LA에 있는 아파트에서 뛰쳐나가면서 영화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