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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드라이버

영화에세이

by 월산처사, 따오기 2023. 2. 1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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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최용현(수필가)

 

   1976년에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는 ‘분노의 주먹’(1980년) ‘좋은 친구들’(1990년) 등과 함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택시 드라이버(1976년)는 2007년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에 52위, 로튼 토마토 선정 최고영화에도 36위에 오르는 등 불후의 명작 반열에 올랐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는 작품성 못지않게 흥행 성적도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190만 달러를 투입한 ‘택시 드라이버’도 그 15배인 2,845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이 계속 미루어지다가 민주화 이후인 1989년 2월에 정식으로 수입되어 서울관객 10만 3천명을 기록하였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26살의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 扮)는 해병대에서 명예제대한 후 가족과도 떨어진 채 뉴욕 맨해튼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심한 불면증 때문에 주로 야간에 운행하는 택시운전을 시작하는데, 밤새 운전을 하다가 싸구려 포르노 극장이나 방 안에서 남는 시간을 때우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밤거리의 타락한 인간들의 모습에 환멸감을 느낀다.

   어느 날 아침, 트래비스는 대통령 후보인 상원의원 팰런타인의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일하는 벳시(시빌 셰퍼드 扮)가 하얀 원피스를 입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그는 사무실로 찾아가 대시한 끝에 그녀와 커피숍에서 얘기를 나누게 된다. 그날 밤 팰런타인 상원의원이 그의 택시에 손님으로 타는데, 트래비스는 그에게 이 도시 뒷골목의 인간쓰레기들을 싹 쓸어달라고 호소한다.

   트래비스의 택시가 길가에 서있을 때, 아주 어려보이는 매춘부(조디 포스터 扮)가 다급하게 뒷좌석에 타더니, 빨리 아무데나 가달라고 한다. 트래비스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포주로 보이는 매튜(하비 케이틀 扮)가 뛰어와 소녀를 데리고 나간다. 입막음용인지 구겨진 2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차 앞좌석에 던져주고….

   그날 저녁에 베시를 만난 트래비스는 구입한 레코드판을 선물로 주고 평소에 하던 대로 포르노 영화관에 그녀를 데려간다. 벳시가 주저하자 그는 커플들이 많이 보는 영화라고 말한다. 야한 장면이 계속 나오자, 벳시는 영화를 보는 도중에 영화관을 뛰쳐나간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가버린다.

   다음날, 트래비스는 벳시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면서 꽃다발을 보내지만 꽃다발은 반송되어 오고, 그 후 벳시는 트래비스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화가 난 트래비스는 벳시의 사무실에 찾아가 난동을 부리다가 쫓겨난다. 그러다가 어느 뒷골목에서 바람난 아내를 죽이려는 남편을 보게 되면서 트래비스의 울화(鬱火)도 점점 쌓여간다.

   자신의 택시에 탔던 어린 매춘부를 구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트래비스는 마침내 암거래상에게서 권총 네 자루를 구입하고, 그동안 소홀했던 체력 단련과 사격 연습을 시작한다. 그즈음 우연히 편의점에 들렀다가 총으로 주인을 협박하는 강도를 쏘아 죽인다.

   어느 날, 트래비스는 길에서 우연히 그 매춘부 소녀와 마주치는데, 그 소녀는 매튜의 허락을 받아야만 자신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트래비스는 매튜와 대화하다가 그 소녀가 12세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트래비스는 매춘 굴 관리인에게 돈을 주고 그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트래비스는 아이리스라고 이름을 알려준 그 소녀에게 매춘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매튜가 자신에게 잘 해준다면서 망설인다.

   다음날, 트래비스는 음식점에서 다시 만난 아이리스에게 부모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득하지만, 아이리스는 스스로 가출한 것이라며 계속 머뭇거린다. 아이리스가 매춘 굴로 돌아가자, 매튜는 아이리스가 흔들리는 것을 눈치 챈 듯 ‘그동안 외로웠구나! 나는 너밖에 없어.’ 하면서 온갖 감언이설로 아이리스를 매춘 굴에 붙잡아놓는다.

   드디어 내 손으로 악을 쓸어버리겠다고 결심한 트래비스는 부패 정치인부터 처단하려고 모히칸 머리를 하고 팰런타인 후보의 유세장에 가서 그를 암살할 기회를 엿본다. 그러다가 총을 꺼내려는 순간 경호원들에게 발각되어 도망친다.

   트래비스는 아이리스가 있던 매춘 굴에 들어가 포주 매튜를 쏘고, 매춘 굴을 지키는 관리인과 폭력배도 사살한다. 총상을 입은 트래비스는 경찰이 오는 것을 보고 정신을 잃는다. 병원에서 깨어나 보니 트래비스는 폭력배들에 맞서 매춘 굴에서 어린 소녀를 구한 영웅이 되어있었다. 트래비스는 아이리스의 부모로부터 감사편지도 받는다.

   세월이 흐르고, 트래비스가 운전하는 택시에 벳시가 탄다. 가는 중에 그녀가 신문에서 봤다면서 안부를 묻자, 이제 괜찮아졌다고 대답한다. 벳시가 할 말이 있는 듯하더니, 차에서 내린 후 요금을 묻는다. 트래비스는 씩- 웃고 차를 출발하면서 백미러로 벳시를 본다. 다시 차창 너머로 뉴욕의 야경이 펼쳐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택시 드라이버’는 뉴욕 밤거리의 인간 군상들을 통해 미국사회의 타락상을 보여주면서 돈키호테 같은 한 택시기사가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악을 청소하는 모습을 담아낸 영화이다. 휘황찬란한 조명불빛과 주제음악의 아련한 색소폰 선율 속에서, 33세 로버트 드 니로의 날렵한 모습과 어린 매춘부 역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14세 조디 포스터의 앳된 모습을 보는 것도 감회가 남다르다.

   주인공 트래비스가 과대망상증이 있다는 점 때문에 트래비스의 행각(行脚)들이 대부분 현실이 아닌 그의 상상의 산물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그렇게 볼 명확한 근거는 없다. 어쨌거나, 고독하면서도 광기어린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트래비스라는 독특한 캐릭터는 ‘영웅본색’(1986년), ‘아저씨’(2010년) 등에서 계속 오마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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