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세이

아바타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7. 16:41

아바타(Avatar)

 

최용현(수필가)

 

   1977,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며 트럭 운전사로 일하던 22살의 청년 제임스 카메론은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를 관람하고 신선한 충격에 휩싸인다. 조지 루카스를 따라잡을 결심을 한 그는 다시 영화공부를 시작한다. 시나리오 집필에서부터 특수효과 촬영기법까지.

   1995,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지구가 황폐해진 미래, 하반신이 마비된 군인이 파란색 피부의 토착민이 살고 있는 행성으로 파견되어 자신의 DNA가 주입된 분신(分身)을 통해 임무를 수행한다.’는 줄거리의 SF영화 시나리오를 2주 만에 완성한다. 그리고 영화화의 꿈을 가슴 속에 간직한 채 연출 중이던 타이타닉’(1997)에 몰두한다.

   피터 잭슨 감독의 2002년 작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을 보고 자신이 구상하던 CG캐릭터의 실현가능성을 확신한 제임스 카메론은 마침내 시나리오를 쓴지 14년 만에, 제작에 착수한지 4년 만에 필생의 야심작 아바타(Avatar)’를 세상에 내놓는다. ‘타이타닉이후 12년 만이었다.

   2009, ‘아바타는 개봉되자마자 전 세계에 태풍을 몰고 와 제임스 카메론 자신이 연출한 재난 블록버스터영화 타이타닉이 세운 세계흥행순위 1위 기록을 다시 자신이 만든 SF영화로 바꿔버리는 신기원을 이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바타가 돌풍을 일으키며 괴물’(2006)이 갖고 있던 최고흥행기록을 단숨에 갱신하지 않았던가.

   멀지 않은 미래, 인류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에서 4.4광년 떨어진 행성 판도라(Pandora)에 전초기지를 설치하고 군인들을 파견하여 자원을 채굴하기 시작한다. 이곳은 높이 300m에 달하는 울창한 삼림 속에 각종 희귀자원이 매장되어 있고, 진귀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으며, 밤이 되면 각종 생물들이 눈부신 형광(螢光)을 내뿜고 있다.

   이곳 산들은 어떤 물질이 지닌 자기장의 특성으로 인해 공중에 뜬 채 움직이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토착민 나비족은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고등동물로, 뾰족한 귀와 긴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피부는 파란 색이다. 키는 3m에 이르며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운동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곳의 대기가 지닌 독성으로 인해 인간이 야외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생기자, 과학자들은 아바타 프로그램을 통해 나비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하는 링크 머신을 개발한다. 인간이 링크 머신 안에 들어가면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가 되고, 밖으로 나오면 다시 인간으로 환원(還元)하는 것이다. 아바타는 인간과 나비족의 DNA를 결합해서 만든 새로운 하이브리드 생명체인 셈이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샘 워싱턴 )는 아바타 프로그램 참여제의를 받고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된 제이크는 쿼러치 대령(스티븐 랭 )으로부터 자원채굴을 방해하는 나비족 무리에 침투하여 이들을 정탐해오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적을 알아야 적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바타로 변신한 제이크는 기괴하게 생긴 동물에게 쫓기다가 밤이 되어 포악한 육식동물들에게 포위당해 생명의 위협을 받지만, 나비족의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 )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제이크는 네이티리와 함께 여러 가지 모험을 하면서 나비족에 동화되고, 마침내 그녀와 종족을 뛰어넘는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전투용 말()과 거대한 새 이크란 타는 법도 배우면서 차츰 나비족의 전사가 되어 간다.

   이 영화는 모션(Motion) 캡처로 대표되던 기존의 영상기술에 ‘e’를 더한 이모션(Emotion) 캡처를 도입하여 인물의 표정은 물론 감정까지 생생하게 살려낸다. ‘아바타에 나오는 CG캐릭터들이 모두 실존하는 생명체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 촬영상, 시각효과상을 받았다. 나비족의 인사말이기도 한 테마곡 ‘I See You’에서 ‘See’보다의 의미보다는 이해하다’ ‘사랑하다의 의미가 더 강한 것 같다.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으로 발탁된 호주 출신의 샘 워싱턴은 이 영화로 일약 제2의 러셀 크로로, 여주인공 조 샐다나는 단숨에 할리우드의 흑진주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탐욕스런 인류를 대표하는 지휘관 역을 맡은 스티븐 랭의 인상적인 열연에 비해, ‘에이리언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맡은 과학자 역할은 왠지 겉도는 느낌이 든다.

   자, 이제 나비족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첨단 신무기로 무장한 군인들은 나비족이 사는 지역에 잔뜩 매장되어있는 자원을 채굴하려고 제이크를 앞세워 이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려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쿼러치 대령은 소이탄을 쏘게 하여 삼림을 불태우고, 이들이 신성시하는 영혼의 나무를 불도저로 쓰러뜨리며 나비족을 압박한다.

   나비족 전사들은 판도라에 사는 모든 부족민들을 규합하여 이크란과 전투용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저항한다. 제이크는 아바타가 되어 공룡새 토루크 막토를 타고 네이티리와 함께 앞장서서 동족인 군인들과 맞서 싸운다. 결국 쿼리치 대령이 이끄는 군인들이 패배하고 제이크가 이끄는 나비족이 승리한다.

   나비족이 활을 쏘면서 군인들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래 전에 본 영화 더스틴 호프만이 나오는 리틀 빅맨’(1970), 케빈 코스트너가 나오는 늑대와 춤을’(1990)이 떠올랐다. 그 영화들에 나오는 인디언과 나비족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주인공이 인디언에 동화되어가는 과정도 그렇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자신이 창조한 외계행성의 이름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최초의 여자이면서 희망을 상징하는 판도라로 명명(命名)하였다. 그리고 이 판도라 행성을 동식물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오색찬란한 아름다운 별로 꾸몄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나날이 황폐되어가는 지구에 사는 우리 인류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이리라.

   또 하나 중요한 메시지는 우리 인류가 언젠가 맞닥뜨리게 될 외계인의 모습에 관한 것이다. 그간 외계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창조한 괴물 형상의 ‘E.T.’였는데, 그것이 이 영화를 계기로 우리 인간과 아주 흡사하게 생긴 친근한 존재인 나비로 바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