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세이

사랑과 영혼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7. 15:41

사랑과 영혼(Ghost)

 

최용현(수필가)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전문가로 일하는 샘(패트릭 스웨이지 )은 도예(陶藝)에 조예가 깊은 애인 몰리(데미 무어 )와 함께 맨해튼의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몰리가 사랑해요.’ 하고 말하면 샘은 언제나 동감(ditto)’이라고 답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샘은 급히 처리해야 할 송금을 친구이자 직장동료인 칼에게 부탁하고 비밀번호까지 가르쳐준다. 그날 밤, 함께 연극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서 몰리가 샘에게 청혼을 하는데, 갑자기 총을 든 강도가 습격해오고 샘은 격투를 벌이다 총에 맞아 쓰러진다. 샘은 자신의 육신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몰리를 발견하고 자신이 죽었음을 알게 된다.

   육체에서 분리된 채 유령이 된 샘은 자신을 죽인 강도를 미행하는데, 그 강도가 칼의 사주를 받아 자신을 죽였으며, 몰리의 아파트에 몰래 들어갔고, 칼이 샘의 관리계좌에서 400만 달러를 인출하여 마약조직에 보내려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샘은 믿었던 친구로부터 배신당한 분노에 치를 떨면서 홀로 남겨진 몰리를 보호하기 위해 고심한다.

   유령은 산 사람에게 말을 전할 수도 없고, 사물을 움직이게 할 수도 없다. 샘은 지하철에서 만난 고참(?) 유령의 도움으로 사물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터득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몰리에게 알릴 방법이 없다. 결국 샘은 영매(靈媒) 오다 매(우피 골드버그 )를 찾아가 함께 몰리의 집을 방문하여 몰리가 처한 위험상황을 알린다. 처음엔 믿지 않던 몰리도 동감등 샘과 자신만이 아는 비밀을 오다 매의 입을 통해 듣게 되자, 샘이 바로 자신 곁에 있음을 알게 된다.

   제리 주커 감독의 사랑과 영혼(Ghost)’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러브스토리를 펼쳐 멜로 영화의 신기원을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영화도 엑소시스트’(1973), ‘오멘’(1976) 등과 함께 텔레파시나 점술, 심령, 유령, 영혼과의 교감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오컬트 영화의 수작으로 꼽힌다.

   애절한 하모니의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가 흘러나올 때 두 연인이 함께 도자기를 빚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사랑의 명장면이다. 이 곡은 원래 교도소 죄수의 사랑을 다룬 흑백영화 언체인드’(1955)의 주제가로 인기를 모았는데, 1965년 라이처스 브라더스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재취입하여 사랑과 영혼에 삽입하면서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다.

 

    Oh, my love, my darling, I've hungered for your touch.

    A long lonely time.

    And time goes by so slowly and time can do so much.

    Are you still mine?

    I need your love, I need your love.

    God speed your love to me!

 

    Lonely rivers flow to the sea, to the sea.

    To the open arms of the sea.

    Lonely rivers sigh, "wait for me, wait for me!"

    I'll be coming home, wait for me!

 

    오,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의 손길이 그리웠어요.

    너무나 외롭고 긴 시간이었어요.

    시간은 너무나 천천히 흐르고 또 너무 많이 흘렀어요.

    당신은 아직도 내 님이겠죠?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신은 당신의 사랑을 내게 보내 주리라!

 

     외로운 강물은 바다를 향해, 바다를 향해.

     바다의 드넓은 품안으로 흘러가지요.

     외로운 강물은 탄식해요. ‘날 기다려주오. 기다려주오.’

     나 집으로 돌아가요. 날 기다려주오.

 

   유령의 초인적인 파워를 터득한 샘은 거액을 빼내려는 칼의 음모를 막아내고 자신을 죽인 강도와 칼을 차례로 처단하여 지옥으로 보내고(?) 천국으로 올라간다. 이승과 저승으로 갈리는 두 연인의 마지막 이별 장면은 시리도록 아름답고 환상적이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샘은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긴다.

   “참 신기해, 몰리. 마음속의 사랑은 너와 함께 간직할 수 있으니 말이야. 나중에 만나(It's amazing, Molly. The love inside, you take it with you. See you).”

   이 영화는 1990년 늦가을에 개봉되어 단숨에 서울 관객 100만을 돌파하였고, 1998타이타닉이 개봉되기 전까지 국내 최고의 흥행기록을 보유하였다. 원제목 ‘Ghost’를 괴기스런 느낌의 유령으로 번역하지 않고 사랑과 영혼이란 멋진 멜로 제목으로 정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저 유명한 도자기 러브 씬은 수많은 광고와 패러디에 등장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켰고 지금도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있다.

   영화 더티 댄싱’(1987)에서 신기(神技)의 춤 솜씨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패트릭 스웨이지는 이 영화에서 죽어서도 연인을 지켜주는 훈남 역을 맡아 뭇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2009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또 샘과 몰리 사이의 가교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낸 돌팔이 영매 역의 우피 골드버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아 그간의 무명생활을 벗고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여주인공 데미 무어는 숏컷 스타일의 청순한 매력으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른 요즘에 보도되는 그녀의 소식들은 온통 쓴웃음을 짓게 한다. 톱스타 브루스 윌리스와 이혼하더니, 거금을 들여 전신성형을 하고 16살이나 어린 미남배우 애쉬튼 커처와 재혼했다가 또 헤어지고, 급기야 딸의 전 남친과 동거를 하다가 또 헤어졌대나 어쨌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