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E.T.(The Extra Terrestrial)
최용현(수필가)
UFO가 나타났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본다. 미확인비행물체를 뜻하는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을 주곤 한다. 정말 외계인이 있을까?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걸까?
지구 밖 우주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은 다양한 형태로 영화화되었다. ‘에일리언’ 시리즈는 외계생물에 대한 섬뜩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준 영화이고, ‘화성침공’(1996년)과 ‘우주전쟁’(2005년)은 지구인이 힘겹게 외계괴물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은하계 행성들끼리의 전쟁이야기이다.
1975년 해양공포물 ‘죠스’를 들고 혜성처럼 나타나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제 우주로 시선을 돌렸다. ‘미지와의 조우’(1977년)에서 UFO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시도하더니, 1982년에 나온 ‘E.T.’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온 외계인의 실체에 대해 그의 독특한 견해를 펼쳐 보이고 있다.
미국의 어느 마을 뒷산, 우주선에서 내린 외계인들은 여러 가지 표본을 채취하던 중 사람들이 추적해오자 서둘러 우주선을 타고 떠난다. 이때 뒤처진 한 외계인이 홀로 남아 외딴 가정집에 숨어들고, 그 집 꼬마 엘리엇(헨리 토마스 扮)과 운명적으로 조우하게 된다.
엘리엇은 그 외계인에게 ‘지구 밖의 생명체’라는 뜻의 E.T.(The Extra Terrestrial)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의 방에서 기거하게 한다. 그리고 형 마이클과 여동생 거티(드류 배리모어 扮)에게도 E.T.의 존재를 알려 함께 어울린다. E.T.는 TV도 보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기도 하면서 지구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E.T.와 엘리엇은 생체리듬이 서로 맞춰진 것인지, E.T.가 술에 취하면 학교에 가있는 엘리엇도 취한다. 엘리엇은 E.T.에게 간단한 말을 가르쳐주며 여기서 함께 살자고 한다. 그러나 E.T.는 ‘home, home’ 하면서 자신이 떠나온 별, 고향을 그리워한다. 엘리엇은 E.T.가 자신의 별과 교신할 통신기를 만들 수 있도록 형과 함께 기자재를 구해준다.
할로윈 축제일, 엘리엇의 자전거 바구니에 탄 E.T.는 초능력을 발휘하여 숲과 강 위를 날아 우주선이 착륙했던 산의 언덕에 도착한다. E.T.는 그곳에 통신기를 설치하고 자신의 별에 메시지를 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옆에서 잠이 든 엘리엇, 깨어나 보니 E.T.가 보이지 않는다. 기진맥진한 채 집으로 온 엘리엇은 형 마이클의 도움으로 산중턱 냇가에 쓰러져 있는 E.T.를 찾아 집으로 데려온다.
한편, 우주선이 출몰한 뒤로 계속 이 지역을 수색하던 과학자들은 마이클의 뒤를 미행하여 드디어 E.T.가 이 집에 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들은 탈진한 E.T.를 데려가 산소호흡기를 씌우고 전기충격과 심폐소생술을 시도하지만 E.T.의 심장은 멎고 만다.
E.T.가 죽자, 함께 사경을 헤매던 엘리엇은 생체리듬이 분리되면서 건강을 회복한다. 엘리엇은 냉동고에 보관된 E.T.의 시신을 보면서 절규한다. 그때, 여동생 거티가 E.T.에게 준 화분의 시든 국화가 갑자기 생기를 찾아 꽃을 활짝 피우더니, E.T.가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엘리엇은 과학자들 몰래 E.T.를 그의 고향 별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형과 형의 동네친구들과 함께 E.T.를 자전거에 싣고 산으로 향한다. 출동한 경찰들은 차를 몰고 추격하지만 하늘을 나는 E.T. 일행의 자전거 행렬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산언덕에는 E.T.가 보낸 메시지를 받고 온 우주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E.T.는 엘리엇에게 ‘늘 네 곁에 있을게.’라는 말을 남기고 국화 화분을 들고 우주선에 오른다. E.T.를 태운 우주선이 창공에 무지개 구름을 남기고 사라지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외계인과 지구소년의 우정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전 세계에 엄청난 센세이션과 함께 E.T.붐을 일으켰다. 한 가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분명히 심장이 멎었던 E.T.가 다시 뜬금없이 눈을 뜨는 장면이다.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외계인은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건지….
영화 ‘E.T.’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음향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했고, 골든글러브에서도 최우수작품상과 음악상을 받는 등 그해의 여러 영화상을 석권했다. 영원히 보관해야할 필름으로 선정되었고, ‘스타워즈’(1977년)가 재개봉된 1997년까지 15년간 미국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영화로 돈방석에 앉은 유니버설사는 ‘E.T.’ 탄생 20주년을 기념하여 2002년에 5분여의 새로운 장면이 추가된 새 버전을 개봉하였다. CG기술로 E.T.의 표정을 다시 다듬었고, 요원들이 들고 있던 총을 무전기로 바꾸기도 했다. 또 존 윌리암스의 음악도 모노에서 20비트로 재녹음했다. 아울러 엘리엇과 E.T.가 자전거를 타고 보름달 속으로 날아오르는 유명한 장면을 지구본 위에 새긴 유니버설사의 새 로고도 만들었다.
첫 개봉 후 30년이 흘렀다. 깜찍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던 꼬마 3남매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주인공 엘리엇 역을 맡은 헨리 토마스는 멋지게 커서 중견급 배우가 되었지만, 형 마이클 역을 맡은 로버트 맥노튼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형의 친구로 잠깐 나오는 토마스 하웰이 배우와 감독으로 돋보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스타덤에 오른 배우는 여동생 드류 배리모어이다. 학생시절에는 술과 담배, 마약에 빠져 탈선했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나오곤 하더니, 성인이 된 후에는 ‘야성녀 아이비’(1992년), ‘미녀 삼총사’(2000년) 등에서 주연으로 출연했고, 최근에는 영화감독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수많은 남자들과 염문을 뿌리다가 2012년 6월에 드디어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E.T.의 눈은 아인슈타인의 사진을 보고 만든 것이라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E.T.를 괴물의 외양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성과 감성을 지닌 고등동물로 만든 것은, 인간의 외계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불식시키고 그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