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세이

레이더스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6. 20:06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

 

최용현(수필가)

 

   1970년대 할리우드에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계 영화계를 신선한 충격에 빠뜨린 두 천재가 등장했다. 해양공포물 죠스’(1975)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와 우주모험물 스타워즈’(1977)를 만든 조지 루카스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 두 천재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영화가 바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이고, 그 첫 번째 작품이 1981년에 나온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이다. 레이더스(Raiders)침략자들혹은 약탈자들을 의미하고, 아크(Ark)성궤를 뜻하는데, 이를 합쳐서 잃어버린 성궤를 찾아서라는 좀 순화된 우리말 부제를 붙였다. 영화음악계의 거장 존 윌리암스는 인디아나 존스하면 금방 떠오르는 경쾌한 로고음악을 만들어냈고.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 역()은 마초적인 매력을 지닌 톰 셀릭과, 지적이면서도 야성미를 지닌 닉 놀테에게 차례로 제의를 했으나, 둘 다 다른 스케줄이 잡혀있는 바람에 스타워즈에서 조지 루카스와 함께 일했던 해리슨 포드가 맡게 되었다. 여주인공은 데브라 윙거와 숀 영 등이 물망에 올라 오디션까지 봤으나 우여곡절 끝에 카렌 알렌에게로 돌아갔다.

   1936, 미국의 고고학 교수인 인디아나 존스 박사(해리슨 포드 )는 남미 페루의 열대우림 속에서 온갖 장애물을 뚫고 고대 신전의 동굴 깊숙이 보관된 귀중한 유물을 손에 넣는다. 그때 갑자기 신전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가까스로 빠져나오지만 악덕 고고학자인 벨록에게 유물을 빼앗기고 만다.

   다시 귀국하여 대학 강단에 선 존스 박사에게 정보국(CIA) 요원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나치 독일이 카이로에서 베를린으로 보내는 무선을 도청한 내용 타니스 발굴작업 진행중. 태양신지팡이의 꼭대기 형상이 필요함. 레이븐우드 미국.’에 대한 해석을 부탁한다. 존스 박사는 금방 그 뜻을 알아차리고 그 의미를 설명해준다.

   오래전,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이 새겨진 석판을 받아 산을 내려오던 모세는 자신이 인솔하던 유대인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숭배를 하는 것을 보고 격분하여 석판을 깨버린다. 유대인들은 조각난 석판을 성궤에 넣어 보관하였다. 이집트가 예루살렘을 침공했을 때 성궤는 이집트 타니스의 밀실로 옮겨졌는데, 모래폭풍 때문에 그곳은 사막에 파묻히고 말았다.

   최근, 독일의 고고학자들이 타니스의 위치를 알아냈는데, 놀라운 영험이 있다고 알려진 성궤가 묻혀있는 장소를 찾아내려면 존스 박사의 스승인 레이븐우드 박사가 갖고 있는 태양신지팡이의 꼭대기 형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존스 박사는 스승을 만나러 네팔로 향한다. 그곳에서 스승의 딸인 옛 연인 매리언(카렌 알렌 )과 재회하는데, 레이븐우드 박사는 이미 돌아가셨단다. 다행히 태양신지팡이는 매리언이 보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독일군의 발굴 현장인 이집트의 카이로로 날아간다.

   지팡이 장식에 새겨진 글을 해독한 존스 박사는 독사가 우글대는 영혼의 우물에 내려가 마침내 성궤를 찾아내지만, 이번에도 나치의 앞잡이 벨록에게 빼앗기고 매리언과 함께 지하 동굴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탈출에 성공한 존스 박사는 독일군의 성궤 운송 트럭을 추적, 성궤를 탈취하여 배에 싣고 마리온과 함께 귀국길에 오른다.

   그러나 갑자기 유보트를 타고 나타난 나치 일당과 벨록에게 또다시 성궤를 빼앗기고 매리언은 잡혀간다. 존스 박사는 유보트에 매달려 어느 섬의 독일군 기지에 잠입하지만 붙잡히고 만다. 나치 일당은 존스 박사와 매리언을 함께 기둥에 묶어놓고 성궤를 개봉한다. 총통에게 보여주기 전에 먼저 확인하기 위해서.

   현장에서 지켜보던 나치 일당과 벨록은 성궤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연기와 맹렬한 불꽃 때문에 온몸이 모두 녹아내려 목숨을 잃지만, 이를 알고 미리 눈을 감고 있던 존스 박사와 매리언은 살아남는다. 성궤는 일급비밀로 분류되어 병참기지에 안치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라면 모름지기 이래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박진감이 넘친다. 이 영화는 오락영화의 진수라는 평과 함께 모험영화의 교본이 되었다. 그 후 로맨싱 스톤’(1984), ‘쿼터메인’(1987), ‘툼 레이더’(2001), ‘내셔널 트레져’(2004) 등 무수한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영화가 남긴 에피소드 한 가지. 튀니지에서 야외촬영을 할 때, 촬영팀이 모두 식중독에 걸리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식중독 덕분(?)에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탄생되었다. 군중들 앞에서 거만하게 장검을 휘두르는 무사를 존스 박사가 요샛말로 썩소한번 날리고 권총으로 쏴버리는 어이상실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원래 이 장면은 무사의 장검에 맞서 존스 박사가 채찍으로 무사의 칼을 떨어뜨려서 제압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식중독에 걸린 배우와 스텝들이 모두 기력이 떨어져 이 장면을 제대로 촬영할 수가 없었다. 계속 NG가 나자, 해리슨 포드가 그냥 총으로 쏴버리자.’고 제안한 것을 스필버그 감독이 수용하게 된 것이란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성궤를 실은 독일군 트럭을 존스 박사가 혼자 추격하여 탈취하는 장면이리라. 여기서 해리슨 포드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트럭에 매달려서 끌려가는 위험한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 그 결과 갈비뼈에 금이 가는 심한 부상을 입었는데, 제대로 치료도 받지도 못하고 고통을 참으며 끝까지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레이더스가 화려하게 성공을 거두었으니 시리즈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2마궁의 사원’(1984), 3최후의 성전’(1989), 4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이 줄줄이 나왔다. 모두 스릴 넘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개봉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1레이더스가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5편이 제작중이라고 한다. 70세가 넘은 해리슨 포드가 또 주인공을 맡았고, 버뮤다 삼각지대가 배경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콤비가 이번에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에피소드와 영상을 보여줄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어서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