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인물열전

효웅 원소의 세 아들 ‘원담 원희 원상’

월산처사, 따오기 2018. 12. 25. 18:42

효웅 원소의 세 아들 원담 원희 원상

 

최용현(수필가)

 

   자중지란(自中之亂)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하북의 효웅 원소는 조조와 맞서 싸우다가 패하여 병을 얻어 죽었지만, 그 아들들이 힘을 합쳐 싸웠으면 얼마든지 조조를 물리치고 하북 4개주를 지켜낼 수 있었다. 만년의 원소와 그 아들들의 행적을 살펴보고자 한다.

   원소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다. 맏아들 원담은 청주를, 둘째아들 원희는 유주를 맡고 있었다. 병주는 생질인 고간이 맡고 있었고, 원소의 총애를 받은 셋째아들 원상은 원소와 함께 본거지인 기주를 지키고 있었다.

   조조와의 전투에서 원소가 패할 기색이 보이자, 마음이 조급해진 원소의 후처 유 부인은 자신이 낳은 원상을 후사(後嗣)로 삼아달라고 원소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원소는 중신들을 불러놓고 자신의 의중을 밝혔다.

   “맏이는 성정이 모질고, 둘째는 줏대가 없소. 셋째는 영웅다운 기상이 있어서 후사로 세우고 싶은데 공들의 뜻은 어떠시오?”

   그때 맏이 원담과 둘째 원희, 생질 고간이 군사를 이끌고 도우러 왔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는 다시 조조군을 물리치는 전략을 논의했고, 후사 문제는 뒤로 미루어졌다.

   원소는 4개주에서 온 23만 병력으로 창정에 진을 쳤다. 조조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치른 결과 양쪽 모두 큰 피해를 입고 끝이 났다. 원소는 남은 군사를 정비하여, 맏이 원담을 청주로 돌려보내고, 부상을 입은 원희와 고간도 유주와 병주로 돌아가게 했다. 병을 얻은 원소 또한 막내 원상과 함께 기주로 향했다.

   조조가 다시 관도로 나오자, 몸을 추스른 원소도 4개주로 사람을 보내 아들들과 생질에게 각각 군사를 동원하여 네 길로 나와 조조를 치게 했다. 선봉으로 나선 원상이 조조군의 용장 장료와 싸우다가 쫓겨 오자, 원소는 크게 상심한 나머지 다시 병이 도져 피를 토하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원상의 어미인 유 부인이 곁에서 극진히 간호를 했으나 원소의 병세는 점점 위중해졌다. 유 부인은 모사 심배와 봉기를 병상으로 불러들였다. 원소의 후사를 결정짓기 위함이었다. 이때 원소는 손짓만 할 수 있을 뿐 말을 하지는 못했다. 유 부인이 말했다.

   “뒷일을 정해 두셔야 합니다. 우리 원상으로 하여금 뒤를 잇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원소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숨이 끊어졌다. 심배가 붓을 들어 원소의 유촉(遺囑)을 적었다.

   원소의 장례를 마친 모사 심배와 봉기는 원상을 대사마(大司馬) 장군으로, 또 청주 기주 병주 유주 4개주의 목()으로 올려 세워 원소의 뒤를 잇게 한 뒤에야 각처로 원소의 죽음을 알렸다. 원상은 모사 봉기를 큰형 원담에게로 보냈다. 봉기가 거기장군의 인수를 바치면서 원상의 뜻을 전하자, ‘제 놈은 4개주의 주인이 되고, 내게는 거기장군을 주면서 선봉에나 서라고?’하면서 역정을 냈다.

   그러던 중 큰형 원담이 원상에게 구원군을 요청했다. 이때 원상의 모사 심배가 우리가 구원군을 보내지 않으면 조조의 힘을 빌어 원담을 제거해버릴 수가 있다.’며 기막힌 소리를 했다. 아버지의 원수를 시켜서 자신의 형을 죽이자는 계책이었다. 그렇게 되면 다음엔 자신의 차례가 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원상이 구원병을 보내려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크게 노한 원담은 조조에게 항복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원상은 어쩔 수 없이 군사를 이끌고 원담을 구원하러 갔다. 모처럼 형제간의 협력 작전이 이루어지자 싸움은 호각지세가 되어 지구전이 되었다.

   조조는 두 형제를 이간시키려고 일부러 전선을 벗어나 형주로 향했다. 조조가 물러가자 예상대로 두 형제간에 다시 전투가 벌어졌고, 큰형 원담이 패했다. 원담은 조조로 하여금 기주를 공격하게 하여 아우 원상을 죽이게 할 생각으로 조조에게 항복했다. 조조는 몹시 기뻐하며 딸을 원담에게 주겠다고 했다. 원담은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사위가 되기로 한 것이다.

   조조는 모사 허유의 계책대로 장하의 물을 끌어들여 기주성을 물에 잠기게 했다. 그런 다음, 군사를 이끌고 성안으로 물밀듯이 밀고 들어가 순식간에 기주성을 함락시켰다. 패배한 원상은 유주에 있는 작은형 원희에게로 달아나버렸다. 이때 기주성에 남아있던 원희의 처 견 부인은 조조의 큰아들 조비의 눈에 띄어 후일 결혼을 하게 된다.

   한편, 조조에게 항복한 원담은 슬며시 딴 생각이 나서 자신의 근거지인 청주의 외곽지역에서 군사를 모으고 있었다. 이때 조조가 사람을 보내 원담을 불렀으나 가지 않았다. 조조는 원담을 사위삼기로 한 일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원담을 치러 나섰다.

   다급해진 원담은 형주의 유표에게 구원을 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원담은 청주성 안의 군사들과 주민들을 총동원하여 공세를 펼쳤으나 참패했다. 원담은 조조군의 장수 조홍의 칼에, 모사 곽도는 악진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 기주에 이어 청주도 함락되었다.

   유주를 지키던 원희가 아우 원상과 함께 후일을 기약하며 요동으로 달아나버리자, 조조는 힘들이지 않고 유주까지 손에 넣었다. 이제 원소의 생질 고간이 지키는 병주만 남았다. 조조군에 패퇴한 고간은 흉노에 구원을 요청했다가 여의치 않자 유표에게로 가다가 피살되었다. 마침내 조조가 병주까지 점령하니 하북 4개주는 모두 조조의 깃발 아래로 들어왔다.

   요동으로 도망간 원희와 원상은 후일을 기약하며 일단 요동태수 공손강에게 항복했다. 그러나 공손강은 다른 생각이 있는 듯, 도부수들을 휘장 뒤에 숨겨놓고 원희와 원상을 만났다. 날이 몹시 찬 데도 자신들의 앉을 자리에 방석이 놓여있지 않은 것을 보고 원상이 자리에 방석이 놓이지 않았네요.’라고 말했다. 공손강이 차갑게 대꾸했다.

   “너희 둘의 머리는 이제 수천 리를 가게 될 것인데, 자리는 챙겨서 무얼 하려느냐?”

   그 말과 동시에 도부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원희와 원상의 목을 베어버렸고, 두 사람의 수급(首級)은 조조에게 보내졌다.

   아버지의 원수인 적장 조조를 바로 앞에 두고도 형제끼리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하던 효웅 원소의 세 아들은, 결국 물려받은 4개주를 모두 조조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하북 4개주를 호령하던 원가(袁家)의 너무도 허망한 최후에 가슴이 에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