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갈
당갈(Dangal)
최용현(수필가)
‘당갈(dangal)’은 인도어로 레슬링 경기라는 뜻이고, 레슬링은 인도 남성들의 국민스포츠이다. ‘당갈’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현저히 낮은 인도에서 두 딸을 최초로 국제 레슬링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낸 아버지와 두 딸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2016년에 만든 인도영화로 인도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로튼 토마토는 이 영화에 신선도지수 92%를 부여했다.
인도의 국가대표급 레슬링선수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 扮)은 88서울올림픽 선발전을 앞두고 ‘먹을 것이 없을 때는 메달을 삶아먹을 거냐?’는 아버지의 질책 때문에 레슬링을 포기하고 직장에 들어간다. 그는 아들을 낳아서 자신이 못 다한 꿈을 이루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아내가 딸만 줄줄이 넷을 낳으면서 그마저도 좌절된다.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첫째 딸 기타와 둘째 딸 바비타가 자신을 괴롭히던 또래 남자아이 둘을 흠신 두들겨 패자, 그들이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찾아온다. 아버지는 사과를 하고 보내면서 두 딸에게서 레슬링에 대한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두 딸에게 체력훈련과 레슬링 훈련을 시킨다.
남자애처럼 머리를 깎인 기타와 바비타는 어느 날 아버지 몰래 친구의 결혼식에 간다. 거기서 친구인 어린 신부가 눈물을 흘리며 ‘너희 아빠는 너희를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보내 애나 낳으라는 것이 아니라, 너희의 인생을 개척해주시는 거야. 내게도 그런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
기타는 처음 참가한 레슬링 경기에서 남자선수에게 패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남자선수들을 줄줄이 모래판에 뉘며 주(州)의 여자대표선수가 된다. 직장에 사표를 낸 아버지의 본격적인 개인지도 아래 승승장구하던 기타는 드디어 전국 챔피언이 되어 국립스포츠센터에 입소한다. 그리고 국가대표 코치의 지도를 받게 된다.
머리를 기른 기타(파티마 사나 셰이크 扮)는 틈틈이 동료들과 외식을 하고 영화도 보러가면서 연습을 소홀히 한다. 기타가 집에 왔을 때, ‘좀 나태해진 것 같구나’ 하고 아버지가 꾸지람을 하자, ‘국제대회에 나가면 아버지가 가르쳐준 기술은 아무 쓸모가 없어요.’ 하고 대꾸한다. 그러면서 아버지와의 대련(對鍊)에서 이기고 인사도 하지 않고 돌아가 버린다.
한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 扮)도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고 국립스포츠센터에 입소한다. 이 무렵, 기타는 여러 국제대회에 참가하여 계속 1회전에서 탈락하는데, 의기소침해있는 언니에게 바비타가 아버지와 한번 상의해보라고 조언한다. 기타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죄송해요, 아빠.’ 하면서 용서를 빈다.
영연방경기대회를 앞두고 코치는 기타에게 체급을 낮춰서 메달을 노려야한다면서 다이어트를 지시한다. 그 얘기를 들은 아버지는 선수촌 옆에 방을 얻어 두 딸을 새벽마다 불러내 고열량 음식을 먹이며 체급을 유지시킨다. 그러다가 발각되어 두 딸이 센터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자, 아버지는 센터에 일임하겠다며 한발 물러선다. 아버지는 기타의 국제대회 경기 영상파일을 받아 분석하면서 전화로 공격 포인트를 짚어주고 기술적 조언도 해준다.
2010년 영연방경기대회가 72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다. 첫 경기에서 2:1로 이긴 기타는 준결승전에서 나이지리아 선수와 맞붙어 1,2 라운드에서 1:1 상황이 된다. 3라운드에서 0:0 무승부가 되자, 연장전 동전던지기에서 패해 수비 자세를 취하게 된 기타는 상대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빈틈을 파고들어 역습으로 승리한다.
결승전 상대인 호주의 안젤리나는 기타가 국제대회에서 두 번 졌던 선수이다. 전날, ‘너는 모든 인도 여성의 대표라고 생각하고 싸워라.’고 정신무장을 시켜준 아버지는 당일 경기장 입구에서 코치의 농간으로 창고에 갇히고 만다. 또 1:1 상황에서 3라운드를 5:1로 지고 있는 기타, 시간은 10여초 밖에 남지 않아 패색이 짙었다. 그 순간, 기타가 상대를 번쩍 들어 머리위로 넘기는, 아버지한테서 배운 5점짜리 기술을 성공시켜 5:6으로 역전승한다.
인도 국가(國歌) 소리를 듣고 기타가 금메달을 딴 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창고에서 눈시울을 붉힌다. 청소부가 문을 열어주어 나오게 된 아버지는 곧바로 시상식장으로 달려가고, 언론 인터뷰를 하자는 코치를 외면한 기타와 바비타가 아버지와 뜨겁게 포옹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기타와 바비타는 2010년 영연방경기대회 여자레슬링 55kg급과 51kg급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고, 바비타는 2014년 동 대회 55kg급에서 금메달을 딴다. 이들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총 29개의 메달을 획득하여 인도의 스포츠 역사를 새로 썼고, 수천 명의 인도 소녀들로 하여금 레슬링에 입문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세리키즈’나 ‘연아키즈’처럼.
‘당갈’은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르 칸이 주연을 맡아 두 딸에게 레슬링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도록 이끌어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비중 있게 다루어 찡한 감동과 함께 인도 여성들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 기타의 경기장면은 실제 경기영상으로 착각할 만큼 박진감이 넘치는데, 그것은 3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기타 역을 맡은 파티마 사나 셰이크가 수개월간 지옥훈련을 한 덕분이다.
우리나라 개봉 때는 SNS 및 입소문을 타고 관람열기가 이어졌고, ‘당갈족’ 혹은 ‘당갈러’로 불리는 열혈관객까지 생겨났다. OST들도 ‘당갈~ 당갈~’로 이어지는 중독성 있는 가사와 쉬운 멜로디로 인기를 모았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상영한 인도영화 중에서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했다.
중국에 버금가는 13억 8천명이 사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만드는 나라 인도에서 제작되는 ‘발리우드’ 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