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최용현(수필가)
배트맨(Batman)은 1939년에 만화 캐릭터로 탄생한 박쥐 형상의 휴먼 슈퍼히어로이다. 배트맨 영화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마이클 키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년)과 ‘배트맨 2’(1992년)이다. 그 후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 포에버’(1995년)와 ‘배트맨 앤 로빈’(1997년)이 이어져 나왔다.
2000년대에는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크리스찬 베일을 주인공으로 한 배트맨 3부작을 완성하였다. 1편 ‘배트맨 비긴즈’(2005년)는 배트맨의 탄생비화를, 2편 ‘다크 나이트’(2008년)는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을, 3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년)는 배트맨의 재림(再臨)을 다루었다. 1편의 내용을 간단히 알아보고,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2편 ‘다크 나이트’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편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 고담시의 거부(巨富) 웨인그룹의 어린 외아들 브루스 웨인은 길거리에서 부모가 강도에게 살해되는 것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죄책감과 분노로 집을 떠나 방황하던 브루스(크리스찬 베일 扮)는 범죄소탕조직에서 정신과 육체를 수련하고 7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충직한 집사 알프레드(마이클 케인 扮)와 웨인그룹 응용과학자 폭스(모건 프리만 扮)의 도움으로 배트맨의 슈트와 망토를 입고 첨단장비로 무장하여 고담시의 악의 무리를 응징하기 시작한다.
2편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광대 마스크를 쓴 조커(히스 레저 扮)가 대낮에 동료들과 함께 고담시의 한 은행을 습격한다. 조커는 임무를 완수한 동료들끼리 서로 죽이도록 해놓고, 마지막 남은 동료를 자신이 처단한다. 그리고 훔친 돈다발을 차에 싣고 사라진다. 브루스는 배트맨이 되어 그 돈을 세탁하여 홍콩으로 빼돌린 업자를 홍콩에 가서 잡아온다.
신임검사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 扮)가 고담시에 부임한다. 브루스의 소꿉친구 레이첼의 연인이기도 한 덴트 검사는 어둠의 기사인 배트맨과는 달리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악당을 소탕하여 백기사(White Knight)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는다. 덴트 검사는 배트맨, 고든 형사반장(게리 올드만 扮)과 함께 고담시의 안전을 지켜나간다.
새로운 범죄조직에 합류한 조커는 배트맨이 시민들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정체를 밝힐 때까지 매일 한 사람씩 죽이겠다고 공언한다. 판사와 롭 경찰국장이 희생되고, 덴트 검사가 다음 타깃이 되자, 브루스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자신이 배트맨임을 밝히려 한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하던 덴트 검사가 자신이 배트맨이라고 발표하고 자진해서 체포된다.
조커는 몇몇 경찰을 매수하여 호송중인 덴트 검사와 레이첼을 납치하여 각각 다른 건물에 묶어서 시한폭탄을 설치해놓고 둘의 위치를 반대로 알려준다. 배트맨은 레이첼을 구하러갔다가 덴트 검사의 생명을 구하지만, 그는 한쪽 얼굴이 화염에 타서 흉측한 모습이 된다. 레이첼이 죽은 것을 알게 된 덴트 검사는 절망감에 빠져 피부이식도 거부한다.
고담종합병원을 폭파시킨 조커는 다시 고담시 곳곳의 터널과 다리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발표한다. 그는 고담시민들과 범죄자들을 피신시키는 척 두 선박에 나눠 타게 한 후 폭파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배트맨에게 제압당해 고층건물에 거꾸로 매달리고 만다.
한편, 갑자기 악당으로 변한 덴트 검사는 레이첼을 방치한 경찰관들을 죽이고, 다시 경찰국장으로 승진한 고든의 아내와 아들을 옥상으로 끌고 가 죽이려 하다가 배트맨에게 저지당해 목숨을 잃는다. 배트맨은 덴트 검사를 고담시의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그가 저지른 살인죄를 자신이 뒤집어쓰고,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다크 나이트’는 역대 히어로 영화중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명품 블록버스터로 평가를 받았다. 시나리오와 연기, 영상, 연출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으며, IMDb 평가에서도 9.0점을 기록하였다. 슈퍼히어로 영화중에서 유일하게 BBC 선정 위대한 영화 3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고담시는 원래 뉴욕시를 풍자한 말인데, 이 영화는 대부분 시카고에서 촬영하였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카고의 110층 시어스 타워의 442m 지붕 위에 배트맨이 홀로 서있는 화면은 크리스천 베일의 실사 장면이고, 시카고 거리에서의 대형 트레일러트럭 전복 장면도 바퀴 18개나 되는 길이 12m의 트레일러트럭이 실제로 뒤집히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란다.
배트맨의 티타늄 슈트의 팔에 장착된 레이저 무기는 자유자재로 발사가 가능하다. 중화기로 무장되어 있는 모터사이클 배트포드(Bat-Pod)는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배트모빌 텀블러(Batmobile Tumbler)는 탱크처럼 탄탄하면서도 점프와 멀리뛰기가 가능하며 5초안에 시속 100km를 주파한다.
여기서, 배트맨은 자의적인 판단으로 악당을 처단하는 존재이고, 덴트 검사는 선의 상징이었으나 가혹한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악으로 돌아서는 존재이다. 인간은 누구나 덴트 검사가 즐겨 던지는 동전의 앞뒤처럼 선과 악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메시지를 영화에 잘 녹여낸 것 같다.
레이첼 검사 역은 1편에서는 케이티 홈즈가 맡았고, 2편에서는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인 매기 질렌할이 맡았다. 또 갱단 두목 마로니로 나오는 에릭 로버츠는 명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오빠이다. 두 남매 모두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닮았다.
이 영화에서 영악한 사이코패스이자 광기어린 악마 캐릭터인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는 영화사에 남을만한 명연기를 펼치며 새 빌런을 창조해냈다. 그는 연기에 대한 중압감 때문인지 수면장애를 겪다가 2008년 1월 22일 약물 과용으로 숨진 채 발견되었다. 29세였다. 그는 이 영화로 사후에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참으로 아까운 젊은 연기자를 잃었다.